업계 "불법 수출 막을 제도적 장치 시급"
내년도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의무량 결정을 둘러싼 부처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폐PC 의무량 산정을 두고 전자업계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관계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재활용 비율이 가장 저조한 폐PC의 불법적 수출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국제간 분쟁방지와 가전사들의 재활용 책임활동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도 PC재활용의무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활용 미달성량에 대해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전자제품 메이커들은 폐PC 회수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유통구조를 이유를 들어 폐PC의 재활용 의무량을 현실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내년도 폐PC 재활용의무량을 올해 10만9000대 대비 15%가량 늘어난 14만대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산자부 등 관련부처와 최종 협의를 벌이고 있다. 환경부 이영석 사무관은 “하반기 들어 재활용처리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PC를 비롯해 에어컨, 세탁기, TV 등 대상품목의 의무량을 2003년 대비 10∼20%씩 늘릴 계획”이라며 “특히 폐PC의 수출은 홍콩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세관에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PC메이커를 포함한 전자업계는 민간 수거·운반업체들이 암암리에 중고PC 및 폐PC의 수출에 나서면서 PC 재활용률이 낮을 수 밖에 없는 현실론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PC 재활용의무량을 채우기 위해 전문 폐PC 유통상가에서 제품을 사다가 재활용의무량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PC 재활용 의무량 확대에 앞서 바젤협약에 저촉될 수 있는 폐PC의 불법적인 수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재활용 의무자가 재활용 의무량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미달성 물량에 대해 폐기물의 회수·재활용 전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115∼130%까지를 부과금으로 물어야 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