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평등공화국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체제 아래 자본주의 국가’.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교할 때 쓰는 대표적인 표현들이다.

 중국은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냄새가 짙다. 중국인들은 행복의 우선순위를 ‘부’에 두며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을 어쨌든 존경한다. 새해 인사도 ‘돈많이 버세요’다.

 ‘부’에 가치를 두는 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돈이 최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드믈다. 재벌이든 벤처기업가든 부를 거머쥔 사람들을 속으론 부러워하면서도 겉으론 깎아 내린다.

 얼마나 부패한 거래를 하고 직원들의 ‘피’와 ‘땀’을 짜냈으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느냐고 의심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부자들은 돈을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고(엉뚱한 데 많이 쓰지만) 이따금 선행도 베풀어야 한다. 근본이 근검절약하고 남을 잘 도와주는 부자라면 모를까 상당수가 가식적으로 행동한다. ‘평등 공화국’에 살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부자들도 이젠 평등을 외치게 생겼다. 최근 정계와 재계의 최대 관심사인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 때문이다. 재계가 보기엔 형평성이 어긋나도 한참 어긋났다.

 그룹 총수를 비롯해 20여 기업인이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으며 일부 기업은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돈받은 정치인을 출금시켰다거나 지구당 사무실을 수색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치자금 문제라면 정치인이 바로 원인제공자가 아닌가.

 물론 검찰로선 회기중이며 정치적 파장 때문에 정치인 조사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기업인 조사도 준비 차원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더욱이 국회가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고 생각할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그릇된 정치 자금 수수의 고리를 끊자는 검찰의 수사과정에서까지 기업인을 막 대하는 정치인의 시각이 엿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당연시하니, 역시 ‘평등공화국’답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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