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 발빠른 자료관시스템 사업행보가 전국 709개 공공기관의 관련 소프트웨어(SW) 조달 단가를 좌우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시는 본청을 포함한 22개 구청의 23개 서버와 3만3800여 사용자를 산출기준으로 삼아 7억8800만원을 자료관 SW 구매예산으로 확정해 공고했다. 이는 구청별로 서버당 SW 구매비용 1700만원씩을 책정한 것으로 그동안 자료관 SW 기술인증업체들이 주장해온 최소의 손익순기점인 4000만원의 절반 이하다. 구체적으로 서버당 구매예산 1700만원과 사용자 1인당 1만4000여원씩으로 계산해 구청별로 총 3400만여원을 SW 구매예산으로 책정, 업계의 평균 입찰 예정가인 총 8000만∼1억원을 크게 밑돈다. <표 참조>
서울시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달 말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산하 전자정부전문위원회(위원장 서삼영)가 논란을 빚었던 ‘서울시 자료관 통합발주 프로젝트’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뒤여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즉 공공기관 자료관시스템 구축 주무기관인 정부기록보존소와 서울시의 갈등구조가 협력관계로 전환되면서 서울시 프로젝트의 SW 구매 예산이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8개 자료관 SW 기술인증업체의 하나인 송원정보시스템이 첫 조달단가 계약을 서버당 1756만원으로 체결해 서울시 SW 구매예산이 전국 공공기관들의 준거(레퍼런스)로 활용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송원정보시스템을 제외한 7개 SW 기술인증업체들은 “서울시의 사업기획이 전문 SW업체의 원가산출법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스템통합(SI)기업들에 유리한 조달단가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SI기업들이 서버·하드디스크·문서도면스캐너·광디스크 등 하드웨어 공급마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되 손실부담을 SW 협력(하청)업체에게 전가하는 형태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란 게 SW 기술인증업체들의 분석이다.
트라이튼테크, 사이버다임, 가온아이, 이노디지털 등 자료관 SW 기술인증기업들은 서울시가 자료관 통합발주 관련 규격을 공고하면서 일찰자격을 ‘SI업체를 포함한 3개 기업간의 컨소시엄’으로 규정하면서 SI업체에게 실질적인 사업수익을 내주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앙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국공립대학을 포함하는 709개 공공기관에서 향후 2년간 1000억원대 수요(하드웨어 포함)를 기대했던 자료관 SW 전문업체들의 매출 기대치가 절반 이하로 꺾였을 뿐만 아니라 손실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실제로 서버당 1756만원이라는 자료관 SW의 실질적인 조달단가기준이 등장하자 일부 업체는 자료관 사업을 포기할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에 매달려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료관인증업체의 한 관계자는 “1년에 걸친 기간 솔루션 개발과 영업 조직 및 마케팅을 준비해 왔지만 행자부의 당초 방침과는 달리 SI 프로젝트 성으로 사업이 추진되는데다가 솔루션 단가 역시 헐값으로 책정된다면 던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아예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편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자료관시스템 사업의 핵심 솔루션에 대한 가격이 덤핑에 가까운 저가에 책정된다면 이 사업의 부실화는 시간 문제”라며 적정 가격 책정을 요구했다.
조달청 중앙보급창의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자료관 SW 개발에 투입한 인력수와 시간에 따라 원가산정기준에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송원정보시스템의 조달단가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서울시의 자료관 프로젝트가 SI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서울시의 행보에 앞서 조달단가 계약을 추진하지 않고 서로 눈치보기를 되풀이한 SW 기술인증업체들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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