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기 맞은 부품·소재 산업](4)규모의 경제 숙원 이룬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업종별 50인 이하 영세기업의 비중

 일본 유수업체와 대등한 입지를 구축한 삼성전기가 창립후 지난 95년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기까지 무려 22년의 긴 세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1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넘어가는 데 걸린 기간은 고작 4년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매출 성장속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부품·소재 부문은 자동차와 더불어 대표적인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다. 대규모 설비의 경제성·대량 구입에 따른 운임 및 원자재 비용 절감, 분업에 의한 생산요소 전문화 등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단가 하락 현상에 대한 내성을 키울수 있다. 특히 세계 경제권이 하나로 묶이면서 다국적 기업 내지는 거대 기업이 부품소재 산업 패권을 쥘 수밖에 없는 구조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계는 산업연구원측 자료에 따르면 50인 이하 영세기업의 비중이 기계·자동차·전자 등을 중심으로 전체의 89.5%(2001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 비중도 일본(3.4%)에 비해 크게 낮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탓에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은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찾지 못한 채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 안방자리를 내줬다. 기업의 영세성으로 연구개발·시설투자·마케팅을 전개할 수 없었다. 특히 과거 정부는 인쇄회로기판(PCB) 등 부품·소재 산업은 ‘중소기업형’ 사업이라며 삼성전기 등 대기업의 참여를 막기도 했다.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보호 정책이 결국 부품·소재 산업의 영세성을 초래, 경쟁력을 갉아먹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LG·코오롱 등 대기업을 비롯, 매출액 5000억원대의 중견 기업들이 첨단부품과 전자소재 사업에 속속 뛰어들거나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자금력 동원이 우수한 이러한 업체 덕분에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2005년∼2007년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매출이 지금보다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적어도 삼성전기처럼 5년 이내 매출 2조원대 이상의 부품·소재 전문기업들이 다수 출현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그룹은 부품에서 삼성전기, 소재산업에서 제일모직과 삼성코닝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특히 제일모직은 지난해 ‘전자재료 전문회사’ 변신을 천명하면서 이 부분에서만 연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코닝은 브라운관 사업 외 PDP재료 시장 진출을 선언, 2007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LG그룹은 LG화학을 중심에 두고 부품 부문에서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소재 부문에서 LG실트론·LG MMA 등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에 10만평 규모의 테크노파크를 건설하고 2차전지·광학소재·영상소재 분야에서 2010년까지 3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LG이노텍도 2007년 부품 매출 1조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C·코오롱·일진그룹 등 중견 그룹들도 최근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해 2005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다고 선언했다. 도레이새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2005∼2007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KAIST 김호기 교수는 “부품·소재 산업은 대규모 설비·장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고 투자 대비 자금 회수가 빠르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꾸준히 사업을 영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대기업이 참여, 부품소재만으로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기업이 5개 정도는 있어야 일본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