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발등의 불`

 지난 달 말 도쿄에서는 전자태그(RF ID)와 관련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미국 ID테크가 주최한 ‘스마트 라벨 아시아’ 행사다. 이틀 일정으로 열린 이 자리에 국내에서도 참관단을 구성할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주최 측은 한국 방문객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해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여한 국내의 한 엔지니어는 RF ID시장 선점을 위해 하나같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일본의 움직임에 기가 질렸다는 반응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어느 나라에 앞서 세계적인 전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미처 시도하지 못한 RF ID 솔루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본 통산성은 미국과 유럽 주요 나라와 공동으로 수출입 물량에 RF ID 칩을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우리를 당혹케 했다. 특히 전시회에 앞서 열린 RF ID 국제 표준 모임에서는 일본이 제안한 900MHz 대역의 RF ID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확정돼 일본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당초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범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RF ID 분야를 꼽고 매진 중인데 우리는 어떤가. 사실 우리 정부의 의지도 다른 나라 못지 않다. 실제로 산자부와 정통부 등 유관부처를 중심으로 각종 육성책을 발표하고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알맹이가 빠져 있다. RF ID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범 사업도 중요하고 마스터플랜도 만들어야 하고 당장 다급한 칩 가격도 낮춰야 한다. 아마도 이 가운데 제일 중요한 사안이 주파수 대역의 확정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주파수 대역과 관련한 연구 성과가 나왔음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다면 우선 시급한 일부터 하나하나 처리해야 한다. 주파수 대역은 RF ID 활성화를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이다. 남들이 발빠르게 국제 표준까지 추진하는 상황에도 아직도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디지털 경제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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