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기업들 너도나도 설치
서울대 공대는 최근 구공학관에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30여대를 설치했다.
기자재 도난 사고도 문제지만 주옥같은 연구 성과물을 도둑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교수연구실과 복도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됐고, 중앙 감시실도 마련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DVR의 성능이 입증되면 추가 설치 계획도 있다”며 “도난사고가 잦아지면서 학교 전체에 DVR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기술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DVR를 찾는 대학과 기업이 늘고 있다.
올들어 경상대, 울산공대, 영남대 등에서 연구소와 도서관을 중심으로 DVR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데 이어 한양대 등 서울지역 각 대학도 DVR 설치를 검토중이다.
기업의 경우 LG화학, 두산중공업, 동서식품 등이 연구실이나 전산실과 같은 주요시설에 DVR를 이미 설치했으며, 제일제당, 한국항공 등도 올들어 DVR 보안시스템을 마련했다.
코디콤·성진씨앤씨 등 DVR업체에는 최근 DVR 설치와 관련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성진씨앤씨 관계자는 “최근 기술유출 관련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인터넷 게시판에 DVR 구입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는가 하면 문의전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코디콤 국내영업팀 관계자는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동안 금융 및 유통업체에 집중됐던 DVR 수요가 대학과 일반 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최근 DVR업체들은 산업 스파이와 같은 지능범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출입문통제시스템과 연동되는 DVR 등 신제품 개발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DVR 설치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최근 한양대가 도서관 도서 분실을 막기 위해 CCTV 설치에 나서자 총학생회측이 사생활과 인권침해라면 강력 반발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초 강남경찰서가 범죄 감시를 위해 길거리에 CCTV를 설치하려 하자 시민단체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DVR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인권침해 논란은 CCTV가 처음 보급될 당시부터 줄곧 제기된 문제”라며 “하지만 최근 강남경찰서가 CCTV 설치이후 범죄율이 40%나 줄었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인권뿐 아니라 보안도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양대 총학생회는 CCTV 설치를 놓고 학생투표에 부친 결과, 70%가 CCTV 설치를 찬성, 보안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