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내년도 정보기술(IT) 투자규모를 늘릴 계획으로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지 않고서는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경기침체로 긴축경영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정보화부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게 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6.2%)의 절반수준(3.7%)으로 급감하는 등 소비 및 투자는 급격히 위축되고, 북핵문제와 가계대출 급증 그리고 카드채 문제 등 대내외적인 변수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은 날이 갈수록 점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보호무역주의 강화 및 국가간 통상마찰 확대 등 수출시장이 격화되면서 그동안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경상수지는 적자로 반전하고, GDP 성장률은 3%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제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다. 우리가 기업의 내년도 IT투자 확대를 반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IT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야 침체된 경기회복과 수출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내년도 정보기술 투자규모가 올해보다 5.8% 정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반가운 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IT시장조사기관인 KRG가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인 241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2003-2004년 IT투자 동향’에 따르면 내년도 기업별 IT투자예산은 평균 119억원으로 올해(113억원)보다 6억원 정도 늘어난다. 또 전체의 45%가 올해보다 IT투자를 늘리고 25%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하니 내년부터는 IT 투자위축현상이 다소나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의 IT부문에 대한 투자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외국계 기업은 매출액대비 평균 3.61%를 투자한 반면 국내기업은 0.9%에 그치는 등 국내 기업의 매출대비 IT 투자비율이 외국 기업에 턱없이 못미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투자의지가 높은 통신과 금융분야에서도 외국기업은 매출액의 각각 6.4%, 6.64%를 투자한 반면 국내기업은 2.11%, 1.16%에 그쳤다.
업종별 편차가 크다는 것도 문제다. 통신과 금융 관련기업은 각각 488억원, 415억원을 IT 평균 예산으로 책정한 반면 제조업 55억원, 유통 및 도소매업은 53억원, 건설업은 15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는 하나 외국 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기업의 IT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첨단업종 공장의 신증설규제나 환경규제 등 기업관련 규제를 개혁하고 경영인프라를 개선하여 투자기반을 조성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아울러 올해말로 종료되는 기업의 투자관련 세제지원 시한 연장과 세액 공제율 상향조정, 그리고 법인세율의 과감한 인하 등도 고려해 봄직한 사안이라고 본다.
어찌됐던 우리 경제가 작금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IT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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