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번호이동성이란 이동통신 사업자를 변경할 경우에도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이동통신 사업자를 변경할 경우 전화번호 변경은 필수적 요소였다. 예를 들어, SKT에서 KTF로 통신사업자를 변경할 경우 011로 시작하는 번호 대신에 016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번호를 변경했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불편함이 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1월부터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본, 홍콩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이동통신 번호이동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와 문화가 유사한 홍콩의 경우 1999년 3월에 번호이동성을 도입한 이후 연간 사업자 이동률이 20.6%에 이를 정도로 번호이동이 활성화되었다. 또한, 미국, 일본 등도 국가적 사업으로 번호이동성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추진중인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의 도입 계획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내년 1월부터는 신규가입이나 번호변경을 원하는 고객은 공통식별자인 010 번호를 부여 받게 된다. 즉, 고객이 새로운 전화번호를 원하는 경우는 기존의 011/016/017/018/019 대신에 010 번호를 사용해야만 한다. 또한, 내년 1월부터는 011 및 017 번호를 가진 SKT 가입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KTF나 LGT로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내년 7월부터는 016 및 018 번호를 가진 KTF 가입자가 전화번호 변경 없이 LGT나 KTF로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2005년 1월부터는 이동통신 3사의 모든 고객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타사로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이동통신 번호이동성이 전격 실시된다.
엄밀히 말해서, 전화번호를 유지한 채 사업자를 변경하는 서비스는 번호이동성 중에서도 ‘사업자 이동성’에 해당한다. 그림 1과 같이, 실제로 번호이동성에는 이 같은 사업자 이동성 이외에 ‘위치 이동성’과 ‘서비스 이동성’이 있다.
위치 이동성이란 가입 위치(서비스 지역)를 변경하더라도 자신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유선전화의 경우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 전화번호가 변경되는데, 위치 이동성이 실시되면 이러한 불편함 또한 사라지게 된다.
서비스 이동성이란 서비스의 종류를 변경하더라도 자신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CDMA 방식 서비스를 받다가 WCDMA 방식 서비스를 받을 때도 자신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세 가지 번호이동성 중에서 국내에서 실시하고자 하는 서비스는 사업자 이동성으로서, 이러한 사업자 이동성을 중심으로 번호이동성을 설명해 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므로 번호이동성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번호이동성이 시행될 경우 이동통신 고객의 1/3이 사업자를 바꾸겠다는 의견을 보일 정도로 소비자들은 번호이동성의 조속한 도입을 요구해 온 실정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성을 도입할 경우 통신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질 뿐 아니라, 이의 도입을 위해서 이동통신 사업자를 비롯한 모든 통신사업자는 신규 시스템 구축, 기존 교환기 변경 등 적잖은 투자를 수행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점이 지금까지 번호이동성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기술적으로 보았을 때 번호이동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착신전환 방식과 지능망 방식이 있다. 이중 착신전환 방식은 구현이 비교적 용이한 방식으로서 국내에서는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에서 이 방식을 사용한다. 다음으로, 지능망 방식은 통신사업자 망의 적잖은 변화가 필요한 방식으로서, 국내에서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위해 이 방식을 채택했다.
착신전환 방식이란 현재 부가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무조건 착신전환(CFU: Call Forwarding Unconditional) 기능을 번호이동성 구현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서, 무조건 착신전환이란 특정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지정된 다른 전화로 전환(forwarding)하는 부가서비스다. 그림 2는 이러한 무조건 착신전환 기능을 사용하여 번호이동성을 구현한 착신전환 방식을 나타낸다. 그림에서와 같이, 착신전환 방식은 발신교환기에서 전달된 호를 번호이동 이전의 원 착신교환기가 받아서, 이를 번호이동 이후의 최종 착신교환기로 무조건 착신전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착신전환 방식은 교환기, 정확히는 원 착신교환기에서 이미 제공하는 무조건 착신전환 기능을 사용해 구현이 가능하므로, 번호이동성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이 방식은 번호이동성 구현이 매우 용이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착신전환 방식은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착신 시 원 착신교환기의 통화로가 점유되는 점, 호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 번호자원이 낭비되는 점 등의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이 방식은 잦은 번호이동이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이동통신 번호이동성의 국내 규격으로 채택된 지능망 방식은 NPDB(Number Portability Database) 시스템을 구축해 번호이동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능망 방식은 그 구현 방법에 따라서 다시 QoR(Query on Release)와 ACQ(All Call Query) 방식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QoR 방식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하였으며, 번호이동성이 활성화되면 ACQ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QoR 방식은 모든 호를 정상적 절차로 처리하되, 번호이동 가입자의 호처리는 특별하게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림 3은 이러한 QoR 방식의 호처리 절차를 나타낸다. 그림에서 보듯이, 발신교환기는 우선적으로 원 착신교환기로 호처리 요구를 전송하여 대다수의 정상적인 호처리를 수행한다. 그러나, 번호이동 가입자인 경우는 번호이동 되었음을 원 착신교환기가 발신교환기에 알리고, 이에 따라 발신교환기는 NPDB 시스템에서 해당 가입자에 대한 번호이동 정보인 착신정보를 알아내 최종 착신교환기로 호처리 요구를 진행한다.
이러한 QoR 방식은 번호이동 가입자가 많지 않은 경우에 적합하다. 즉, 대부분의 호처리가 원 착신교환기에 의해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소수의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해서만 NPDB 시스템을 통해 최종 착신교환기로 호가 연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번호이동성의 도입 초기나 번호이동성이 활성화되지 않는 경우에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내년부터 시작하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위하여 이러한 QoR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한국통신기술협회(TTA)에서는 QoR 방식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의 구현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국가차원의 번호이동 규격들을 제정했다.
△TTAS.KO-01.0020,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위한 관리접속 규격서
△TTAS.KO-01.0026,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규격서
△TTAS.KO-01.0028, QoR 방식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위한 SSP와 SCP간의 접속 규격서
△TTAS.KO-01.0029, QoR 방식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위한 ISUP 규격서
△TTAS.KO-01.0030, QoR 방식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위한 망기능 규격서
또 다른 지능망 방식인 ACQ 방식은 모든 호에 대해서 우선 NPDB 시스템과 연동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즉, 그림 4에서 보듯이 발신교환기는 모든 호에 대해서 NPDB 시스템에 번호이동 유무와 착신정보를 요청한 후 그 결과에 따라서 호처리를 진행한다. 이러한 ACQ 방식은 모든 호에 대해서 NPDB 시스템과의 연동이 필요하므로, 번호이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번호이동성 정착단계에 적합한 방식이다. 그리고, ACQ 방식은 QoR 방식에서 쉽게 진화가 가능한 방식으로서, 우리나라도 번호이동이 활발해질 경우 QoR 방식 대신 ACQ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번호이동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중립기관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번호이동이란 번호는 그대로 둔 채 통신사업자를 변경하는 작업으로서, 통신사업자간의 조율 및 중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중립기관으로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활동하고 있다.
KTOA는 소비자의 번호이동 요구를 수집하여 각 사업자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각 사업자를 중재 및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KTOA와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하는 번호이동 관련 시스템은 그림 5와 같이 계층적인 구조를 가진다. 우선, 중립기관인 KTOA는 공통 NPDB 시스템에 해당하는 MSMS(Master Service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여, 모든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상세정보를 관리, 번호이동 정보를 각 사업자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음으로, 각 사업자의 NPDB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LSMS(Local Service Management System)와 LSCP(Local Service Control Point)로 구성된다. LSMS는 MSMS로부터 받은 번호이동 가입자 정보를 통신사업자 차원에서 관리하며, 이를 다시 LSCP에 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고, LSCP는 번호이동 호처리에 필요한 가입자 정보를 관리, 교환기 등과 연동하여 실제 번호이동 트래픽을 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번호이동성은 지금까지 통신사업자의 소유로 인식되어 왔던 ‘번호자원’을 소비자의 소유로 만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이다. 따라서, 올해 시내전화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이 통신사업자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통신사업자가 단순한 번호마케팅에서 벗어나 소비자 입장의 가격 정책 및 서비스 품질 개선 노력이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의 진정한 승자는 소비자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 인프라밸리 기술연구소 연구기획실장 문양세 박사 ysmoon@infravally.com
1991년 2월 한국과학기술원 과학기술대학 전산학과 졸업
1993년 2월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 석사
2001년 8월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전산학전공 박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ACQ방식을 사용한 번호이동성 처리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