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갖춘 전속점 집중 육성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가 변신하고 있다. 전속과 비전속 유통망을 강화하고 소비자 접점 영업구조로 발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현재의 유통구조로는 급팽창하고 있는 디지털가전 시장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양판점과 할인점이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가전 유통분야는 상업자본력이 취약해 전국을 아우르는 유통망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전문성도 약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이것이 삼성 고유의 유통망을 육성하려는 이유입니다.”
이현봉 삼성전자 국내영업부사장은 유통체제 개편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동안 대리점과 양판점·할인점이 전자제품을 취급해 오기는 했지만, 앞으로 디지털로 일컬어지는 첨단제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화된 유통점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전유통이 무너진 것은 전속점의 비중이 20%에 불과할 정도로 전속점이 붕괴됐다는데 원인이 있습니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이익기반 상실이라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전속유통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속 유통만 육성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사장은 전자제품 구입시 메이커의 전속점에서 구매하려는 소비자와 양판·할인점에서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비중이 50대50인 점을 감안해 전속점과 양판·할인점의 비중을 ‘균형’있게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소비자 접점 영업 강화차원에서 고객의 니즈를 미리 파악해 하드웨어 판매시 함께 제공하는 ‘솔루션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순경 PC유통점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도 열 계획이다.
“IBM은 처음에 컴퓨터 판매업체였지만 지금은 종합 컨설팅 업체로 변신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는 PC유통점이 컴퓨터와 프린터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는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일괄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같은 형태는 PC사업에 그치지 않고 가전부문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따로따로 움직였던 각 사업부의 아이템과 국내 영업이 합쳐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사장은 삼성전자의 기업이미지가 제품이미지로 100%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삼성’하면 으레 제품도 좋다고 인식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만큼은 그러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로 연결시키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앞으로 대대적으로 강화하되, 경쟁력이 없는 브랜드는 과감히 ‘삼성’으로 통일하려고 합니다. 좋은 회사는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이미지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이 사장은 이같은 유통혁신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사람’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사장은 취임이후 줄곧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속점 또는 대리점 경영자에 대해서는 부인까지 포함해 4박5일간의 ‘CS마스터’ 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종업원에 대해서도 4박5일간의 ‘CS프런티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본사 간부급 사원들은 한달씩 합숙교육을 실시하고, 신입사원 및 입사3년차 사원에 대해서는 3개월동안 매장영업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10억원에 불과했던 교육투자비용이 올해는 100억원으로 늘었다.
“사람이 경쟁력 입니다. 앞으로 제대로 된 인력이, 제대로 된 매장에서, 고객들이 필요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요. ”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