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메일을 보낼 때도 ‘안녕하세요. GM 리나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해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돼세요’라는 말로 끝을 맺게 되네요. 1년 넘게 게임마스터 일을 하다보니 습관이 돼버렸어요."
‘리니지2’ 클로즈드 베타서비스 시절부터 운영자로 참여한 홍미자(25)씨의 게임 내 별명은 ‘울보 리나’다. 유저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우는 모습을 표현한 이모티콘 ‘T.T’를 남발, 그녀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런 그녀의 채팅 습관은 말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녀의 말대로 습관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하지만 그녀는 ‘리니지2’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는 GM으로 통한다. 사내에서 실시하는 GM 시험에서도 1등을 차지,‘진정 마스터리’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대학시절 학교 근처 PC방 주인과 친해질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살던 전력(?)이 크게 작용했다.
사실 그녀는 지금 사귀고 있는 듬직한 애인도 게임에서 만났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한다. "친구가 아는 오빠예요. ‘디이블로’를 함께 하다보니 가까워진 사이예요." 게임이 맺어준 인연이 틀림없다. 물론 그녀는 이제 사회생활에 나선지 1년밖에 안된 풋내기 사회인이라 결혼보다는 일이 우선이란다.
그녀가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한마디로 잡식성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를 비롯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진삼국무쌍’,‘귀무자’,‘워크래프트3’ 등 장르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뭐든지 해본다. 물론 ‘리니지2’를 직접 해보는 것은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다.
"게임은 한가지에 푹 빠지는 것 보다는 여러가지를 두루 즐기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게임을 즐기는 의미가 퇴색하지 않지요."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진정한 마니아가 아니면 가지기 쉽지 않은 그녀의 ‘게임 사랑법’이다.
그녀는 또 재치넘치는 GM으로도 유명하다. 얼마전에 있었던 한 유저와의 대담은 불만에 가득찼던 유저는 물론 주변에 있던 이들로 하여금 한순간에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해온 유저와 채팅으로 한참을 옥신각신하다보니 그녀의 말투를 보고 여성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유저. 그동한 험한 말까지 내뱉던 유저의 말투가 갑자기 변했다. "여자?" 그녀가 "네∼"라고 답하자 바로 이어진 질문이 "전화번호는?" 대부분의 여성 GM을 당황하게 만들만큼 뻔뻔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간단하게 이렇게 답했다."칠공공 오사∼이오" 폭소를 터뜨린 유저. 당연히 그다음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규정에 따라 결론이 지어졌다.
인터뷰를 마친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퇴근했을 법한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속에서 나마 남자친구를 만나야 한다"며 쏜살같이 사무실로 향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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