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국’.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인가. 그 배경과 원동력을 곰곰이 되새기지 않고는 ‘제2의 붐’은 또 다시 우연처럼 찾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5년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우리의 정보기술(IT) 혁신을 IMF 때문에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써 과소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자축하고 있는 사이에 경쟁국들은 우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 서비스 분야 세계 1위 등 현황만 보고 만족스러워 한다. ‘무엇이 우리를 인터넷강국으로 만들었나’에 대한 분석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은 오히려 외국에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주는 자료를 우리가 역으로 인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분석도 물론이거니와 평가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준비도 소홀하다. 인터넷 보급률과 일부 서비스는 세계 수위를 달려도 인터넷 기술 수준, 인터넷 관련 수출은 중간 정도다.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세계 전문가 그룹에서 파트너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인터넷 강국이어도 우리나라에는 시스코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가 앞으로도 나오기가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의 인터넷 기업들의 충실한 테스트베드 역할만 할 뿐 그들의 참다운 파트너도 되지 못하지 않나 우려된다. 인터넷강국이라 히자만 메모리 분야의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는 앞으로 나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제2의 붐을 준비하는 데에 우선 해야 할 일은 제1의 붐에서 주역이었던 우리 자신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것들을 제도적으로 혹은 교훈으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외국의 어느 분석처럼 IMF로 인한 실업자가 양산되고 이 실업자의 탈출구로써 PC방의 활성화가 오늘날 한국 인터넷 성공의 열쇠일 수도 있다. 그러면 제2의 붐을 위해서라면 인위적으로라도 제2의 PC방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예에 브로드밴드 서비스 회사였던 미국의 @홈사와 두루넷이 서비스 제휴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한국은 나중 순서이니 기다리라’는 소리만 들었다. 하지만 2년만에 바뀌었다. 두루넷은 자체개발로 서비스를 시작한 반면 @홈은 여전히 사업성 분석 정도에 그쳐 있었다.
이처럼 빠른 성장의 기반은 경쟁 환경의 조성이었다. 즉 IT 사업가들에게 새롭고 남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려는 열정이 불붙은 것이다. 처음에는 무모해 보였던 초고속 서비스를 두루넷이 과감하게 시도했고 하나로통신은 더욱 과감히 ADSL 서비스를 펼쳤던 것이다. 그러한 과감한 열정이 빅브라더 KT를 움직이게 하고,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최근에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경쟁 구도도 차츰 무너져가고 있다. 이제는 이노베이션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는 견해도 많다. 지난 5년 전처럼 가진 것 하나 없어 무엇인가 창출해내야 하는 서비스 회사가 자금은 없다. 지난 수년전에 세워진 회사들은 이제 벌리기보다는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눈에 보이는 계수적인 것을 최우선시하는 풍토가 된 것이다.
우리는 어느덧 그 변혁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미 우리의 경쟁국들은 FTTH, VDSL,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등 제2의 경쟁에서 서비스, 기술 모두 우리를 추월해 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더구나 제 1의 붐의 시대를 거쳐 가면서도 인터넷 서비스외에 다른 인프라 즉 제품과 기술, 인력은 대응하는 발전을 가져오지 못했는데 앞으로 이런 것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 같다.
남들이 겪어보지 못했던 많은 소중한 경험들을 되살려야 우연처럼 찾아온 제1의 붐을 필연적으로 제2의 붐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그것이 제2의 도약을 위해서 소중한 제1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박현제 주인네트 대표이사 hjpark@zoo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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