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전개될 과학기술 발전은 생명과학과 나노과학분야의 기술이 핵심이 되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투자는 미국의 20분의 1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두 분야만은 5분의 1수준이다. 각종 모임에서도 이들 분야에 대한 이해와 미래의 발전방향에 대해 많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생명과학분야가 이렇게 큰 관심을 크는 것은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90년대 초에 시작하여 2003년도에 종결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인간에 대한 유전자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이를 통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무한한 미개척지가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신비한 것은 생명체는 수십억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세포 하나하나에 DNA라고 불리는 화합물이 그 생명체 전체의 구성 정보와 수행임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각 개체가 생명체 전체와 유기적인 연관을 가지며 생장하고 활동하며, 자기의 역할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세포가 외부요인(약물, 환경, 스트레스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면 세포 안에 있는 DNA에 정보전달체계가 문제가 생겨 이 세포가 전체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활동을 계속하게 되어 그 생명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암세포로 발전하게 되는데 여기까지 진전되기에는 보통 정보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긴 뒤 10년 정도가 걸린다.
작금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갈등을 보면서 이러한 갈등요인들이 지속적으로 작용하여 치유가 불가능한 암세포로 발전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이와 같은 불행을 예방하기 위하여 세포(국민개인)가 전체(국가)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한 다음 세 가지 지혜를 생명과학의 원리로부터 배워야 한다.
첫째, 인체 조직에서 각 부분의 세포들은 자기가 할 일을 경이로울 정도로 충실히 수행하는 것처럼 개인의 특성에 맞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다. 심장 세포는 피를 공급하는 일을, 간장 세포는 해독하는 일을, 머리카락세포는 머리를 보호하는 일을 끊임없이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둘째, 각 부분들간에 정보 전달체계가 온전히 갖춰야 한다. 신체의 모든 부위는 바늘로 찌르면 즉시 그 아픔이 뇌로 전달돼 반응이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각 세포간에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른 정보전달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셋째, 세포가 DNA를 통해 전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잘 알고 움직이듯이 부분들이 전체가 하고자 하는 목적을 잘 알고 그에 맞게 활동하게 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들이 전체를 위해 서로간에 지켜야 하는 동일한 활동 기준을 갖게 가치체계를 정립시키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모든 개인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먼저 수행하게 되는데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르고 가치의 우선 순위에서 편차가 심해져 우리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문형철 한국과학재단 기초연구단 프로그램관리자 hcmoon@kose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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