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오는 2007년까지 IT핵심부품 22개 품목 개발을 위해 정보화촉진기금 총 408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부품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표명했다. 세계 3대 부품생산국이면서도 주요 IT기기의 핵심부품 수입의존도가 80%에 달할 정도로 취약한 우리나라 IT 부품산업을 고려하면 옳은 결정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국내 산업구조가 최근 IT부문으로 전환되면서 관련 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고 오는 2005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중 하나가 부품산업 육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1세기 산업경쟁의 패러다임이 시스템 중심에서 부품 위주로 바뀌고 있다. 완제품 생산비용의 60%이상을 차지하는 부품은 제품 가격과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IT시스템의 경쟁력이나 고부가가치화는 핵심부품의 성능이나 국산화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연관효과도 커 산업 전반의 활력과 성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부품산업 육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부품 산업이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수출을 해도 상당한 과실이 남에게 돌아가는 소위 수입유발형 산업구조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게 부품산업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가 악화될 조짐이라도 보이면 언제나 단골메뉴로 한국무역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대일역조가 얘기되고 또 그 주범으로 부품산업의 취약성이 거론됐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 모두 잘못됐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그런 대책의 성과를 따지고 보면 그리 신통치 못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주말 열린 IT핵심부품 육성전략 공청회장에서 “출연연이 그동안 많은 부품을 개발했지만 상품화되어 시장에 나온 경우가 드물었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이 이같은 문제점을 모두 대변해준다.
이렇게 보면 부품 산업의 육성은 수요 품목을 골라 기술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품화와 함께 시장 진입에 필요한 부품신뢰성센터 등 인프라 구축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정 부품 개발 프로젝트는 기술과 품질을 넘어 수명 고장률 등 이른바 신뢰성요소 측면에서 높은 확신을 줄 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신뢰성이 높아야 시장에서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 진입 장벽 최소화 전략이 담겨 있고 IT부품 시장 활성화 기반을 지속적으로 정비해나가겠다는 정통부의 부품 육성안은 기대되는 바가 크다.
중요한 것은 부품 산업 육성에 있어 산업화를 담당하는 기업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제품을 개발할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신뢰성 향상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이 겪는 기술인력난을 해소해주는 일도 시급하다.
또하나는 그간 부품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온 산업자원부와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요즘 특정부품이 시스템과 다르지 않고 명실상부한 IT산업강국으로 도약을 위해선 IT부품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는 측면에서 영역싸움보다 서로의 강점과 약점부문에 대해 공조·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