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그 ‘외상소’의 현대판은 최근 사회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용카드다.
DJ가 정권말기에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불황탈출책으로 내놓은 묘책이 소비촉진책이었다. 그 믿음직한 수단으로 한몫한 신용카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발행됐고 정부가 이를 장려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카드사는 달콤함을 맛보았다.
하지만 올 상반기 임시국회 회기중 ‘카드회사의 부채규모가 44조였는데 정부가 마련한 비용은 4조원에 불과했다’는 보도를 통해 국민들도 마구잡이식 카드사용의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카드사의 경영위기는 물론 이에따른 사회범죄 증가, 가정불화 등의 부작용은 국민들에게도 뒤늦은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차원의 해소책은 신용불량자 구제책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 자산관리공사가 지난 16일 신용불량자들에 대해 원리금의 70%까지 감면해 주고, 채무상환협약을 맺는 즉시 신용 불량을 삭제해 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은행은 빚진 신용불량자들이 빌린 돈을 모두 갚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정부 당국자들의 정책기조의 맥을 잇는 자산공사의 방침은 지난 정권이 내놓은 정책적 부작용의 해법을 위해 내놓은 고심의 일착이란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작 이대목에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부분은 지난 40년동안 쌓아왔던 ‘쓰기전에 저축’이라는 우리마음이 ‘신용카드 등장 이후 ‘우선 당장 쓰고 보자’로 바뀌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소비심리에 불댕기기’라는 정책적 판단과 실행을 반드시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있던 ‘저축심리’가 ‘소비심리’로 대체되면서 우리 마음속에 기형적 괴물로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은 지난 40년내 최대 변화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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