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중소기업과 개성공단의 미래

 북한 핵 문제 해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압박전술에 매달리고 있고, 미국은 포괄협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교착국면의 장기화는 남북경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남북 관광교류가 활성화되고, 경제협력의 제도적 환경이 하나하나 갖추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핵 문제 해결과 같은 포괄적 투자환경의 조성은 너무나 시급하다.

 그렇지만 핵문제가 협상국면으로 조기에 진입해야 하겠지만, 완전한 해결과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경의선의 연결이 눈앞에 다가오고, 개성공단에 관한 논의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현실적 전략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은 상당기간 중소기업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북미 관계 개선으로 북한산 제품의 대미 수출이 가능해져야 대기업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당분간 북한의 부품산업 발전 수준이나 사회 간접자본 시설 상황을 고려할 때, 주요 협력 업종 역시 노동집약적 산업에 한정될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들의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은 높다. 57달러 정도의 임금은 경쟁력이 있다. 중소기업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 분양가도 조기에 결정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기반시설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남북 협력기금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산업공단의 의미를 넘어 남북 화해협력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우선 개성개발에 대한 종합전략이 필요하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 갖는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하여 관광개발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일일 관광이 가능한 개성의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할 때, 공단조성보다 관광교류가 우선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공단 조성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경제특구는 자연발생적 확산 과정이 중요하다.

 중국의 선전 경제특구를 예로 들면, 1980년대 초반 인구 3만명의 어촌에서 현재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하기까지에는 나름대로의 발전과정을 거쳤다. 관광교류부터 시작하여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그리고 현재의 기술집약적 외자유치 공간으로 발전했다.

 개성공단의 개발초기도 소수의 중소기업부터 진출할 것이다. 사회 간접자본 시설은 투자규모와 업종을 반영하여 점차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노동규정을 비롯한 구체적인 투자환경은 북한이 초기부터 경쟁력 있는 제도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협력 과정에서 조정되는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중소기업 중심의 조기진출 노력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핵 문제가 해소되기를 기다릴 만큼 중소기업들의 사정에 여유가 없다.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는 핵 문제 해결 이후에 해야 하겠지만, 중소기업의 소규모 투자는 지금도 가능하다. 시범공단의 시범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기업들의 대북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성에 북측의 경제협력 상설 사무소가 개설될 필요가 있다. 개성에서 일일 투자상담이 이루어진다면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로 인해 더욱 많은 기업들이 대북투자에 나설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중소기업들의 대북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의 발효로 북한에 투자하는 설비는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더욱 구체적인 손실보조 조치를 통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법도 절차간소화 차원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다양한 변수와 시간의 제약을 받으면서 진화해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울에서 단지 60㎞ 떨어진 가까운 지역에 경쟁력 있는 생산거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아가 개성은 교통의 요충지로서 한반도의 대륙경제권 진출의 통로가 될 것이다. 해상과 육상을 잇는 복합 물류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개성은 수도권의 금융, 인천의 물류기능과 연계되는 복합 경제특구의 중요한 부분으로 기능을 할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doota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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