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들, 기구 성격 재편 요구
미국 주도하의 비영리 민간단체인 ‘국제인터넷도메인관리기구(ICANN)’에 대해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국제연합(UN) 산하로의 이관을 주장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인터넷 관리체제를 둘러싼 국제적 대립이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중국을 위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시리아, 이란 등 개발도상국들이 온라인 도메인 등을 총괄하는 ICANN을 선진국이 주도하는 것에 크게 반발, UN 소관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이같은 요구를 오는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정보사회정상회담(WSIS)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킬 방침이어서 미국 등 선진국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개도국 공적 통제 요구 입김 거세=ICANN은 지난 98년 인터넷의 탄생지인 미국에서 민간조직으로 발족됐다. 당시 미 상무성과의 합의에 근거해 인터넷 접속의 근간을 이루는 라우터서버시스템의 관리 및 도메인명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WSIS에서는 △인터넷도메인기구(ICANN) 성격 △재원 확보를 위한 기금 성격 △지적재산권 보호와 정보공유의 상호관계 △프라이버시 △정보접속권의 ‘인권’ 포함 여부 등을 놓고 각국의 이해를 조율해 왔다.
여기서 개발도상국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이 ICANN의 성격 및 업무 소관. 중국이 좌장 역할을 하는 개발도상국 측은 제네바 ISIS에 앞선 준비회의에서부터 현 구도를 반대해 왔다.
개도국 그룹은 사이버테러 등에 대비한 인터넷의 안전확보 및 프라이버시 보호 강화라는 이유를 들어 ICANN을 순수한 정부간 기구로 재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UN처럼 각국이 일정한 비율로 재원을 분담하는 조직으로 만들자고 말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이란, 시리아, 쿠바 등은 ICANN의 운영방식과 관련 개별국의 법률체계에도 맞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까지 넣자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의 속셈은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이 자국의 정치기반을 흔드는 사태를 경계, 공적인 통제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IT선진국 강력 반발=이에 반해 미국을 위시해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인터넷을 관장하는 국제기구에 ICANN을 포함시키고 재원은 개별 국가가 재량에 따라 충당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정보접속권에 ‘유엔 인권선언 19조’를 적용해 사실상 인권의 일부로 정의하자는 입장이다.
사이버 테러와 관련해서도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이 불가결하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상태다.
◇전망=미국 정부가 ICANN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놓으려 하지 않고 다수의 선진국이 이에 동참하고 있어 개도국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WSIS가 기본적으로 각국의 정부와 민간 부문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화가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정보 빈부격차(디지털 디바이드)의 해소를 포함한 범세계적 소화를 꾀하는 목적인 만큼 양측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오는 12월의 회의는 정보사회의 성장을 촉진하고 공동목표를 제시하는 원칙 선언문과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실천 계획을 채택하게 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