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중국서 배워야 할 것들

 필자는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55년 동안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 온지 이제 4년이 지났다. 비록 4년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내 마음 속에서 꾸준히 커가는 제 2의 고향이다.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진부해졌을 정도로 정보의 중요성이 일상화되어 있는 요즘, 휴대폰 급속충전기 개발업체 기술연구소에서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필자는 중국 하얼빈 이공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99년 대구의 영진공업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작년 8월 산업용 리모컨 개발업체를 거쳐 자동인식 급속충전기 개발업체에서 기술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같은 사회활동 경험을 살려 한국이 아시아의 신흥 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중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또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만한 것들을 얘기해 보련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을 바라볼 때 값싼 노동력을 기초로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나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중국의 IT 산업은 매년 10%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전폭적인 투자 확대로 1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발전속도에 가속도가 붙는 추세이다.

 혹자는 많은 인구를 등에 업은 기초 제조업 분야에 힘입은 성장지표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올 상반기 중국의 첨단 기술제품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6%나 증가했으며 휴대폰 가입자도 7월말에 1억2060만명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인터넷 이용자도 68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정보화 강국으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이 중국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IT 분야에서도 두 나라의 격차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디지털 가전산업, 온라인게임, 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중국이 1∼2년 사이에 한국을 추월하리라는 조짐도 엿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IT 강국들을 위협하는 중국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첫번째는 중국 정부의 일관된 IT 산업 투자육성책을 꼽고 싶다. 중국 정부는 GDP의 1.1%를 IT 관련 첨단산업육성에 책정해 놓고 매년 아낌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IT 관련 논문의 수는 한국의 2배에 이르고 세계 유수 잡지에 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횟수가 세계 9위에 오를 정도가 됐다.

 두번째는 우수한 산학협력체제를 들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영국 등 선진 유학을 다녀온 우수한 인력들이 자국에 들어와 창업을 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게다가 그런 인재들이 들어와 창업을 할 경우에는 유수 대학과의 산학협력체제를 확립하도록 국가가 적극 지원해준다. 예를 들어 중국의 3대 IT 기업인 둥팡(東方)은 칭화대학, 컴퓨터업체 팡정(方正)은 베이징대학, 가정용 컴퓨터업체인 리엔시앙(聯想)은 중국과학원 등과의 협력을 통해 성공의 기반을 다진 기업들이다.

 현재의 한국은 어떠한가. 나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고 생각한다. 유관 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정보화 시대를 한 발 앞서 보는 뛰어난 아이디어, 사업 추진력 등이 한국 IT산업의 세계화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에 의한 자기도취의식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한국이 많은 나라보다 IT분야에서 우위에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모델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들이 너무도 많다. 한국이 위기의식을 갖고 지속적인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곧 추월당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 IT산업계가 제어계측기술과 정밀한 제조기술을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제품도 정확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외면당한다.

 산학협력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의 대학은 대학 자체로만 존재하는 듯한 인상이다. 기업과 연계가 되지 않은 공대이기 때문에 한국 공대생들의 취업난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인 산학협력이야말로 IT 산업의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개발된 많은 제품들을 나의 고향인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보고 싶다. 그 날을 위해 더욱 많은 땀을 흘릴 것이다.

 ◆ 최풍환 애니필 기술연구소장 phchoi@anyfi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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