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쇼핑호스트 이고운영

　(사진은 사진부에서)

　“전 아줌마 팬들을 만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잘 나가는 쇼핑호스트, 국내 최고의 쇼핑 호스트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이고운영씨(37)는 유난히 아줌마 팬이 많다. 공원에서, 음식점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고 달려드는 아줌마들로 인해 그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해요’부터 ‘지난번 방송한 상품 진짜로 좋은 물건이죠’하며 사인도 서슴없이 부탁한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을 보면 왜 아줌마들이 그처럼 열광하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달변이다. 자신감 넘친 어투에 믿음직스런 외모까지 더해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머리에 쏙쏙 박힌다’고 아줌마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말도 잘하지만 얼굴이 곰을 닮아서인지 더욱 친근한 인상이다. 얼핏보면 귀여운 코알라 같은데 그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별명은 `백곰`이라고 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백곰이 더 어울렸다. 자기 주장이 뚜렷했고 부드럽다기보다 씩씩한 느낌에 체구까지 곰에 더 가까웠다.

　“회사에서, 사장이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월급을 주는 겁니다.” 곰같은 인상 때문인지 우직한 말들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하지만 되새겨보면 사장도 흐뭇하고 고객도 흐뭇해할 내용이다. 곰은 분명 우직한 동물이 아니다.

　평화방송 성우와 아나운서를 거쳐 지난 98년부터 LG홈쇼핑 쇼핑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이씨는 현재 LG홈쇼핑 뿐 아니라 국내 홈쇼핑 호스트계의 간판이다. 스스로도 최고임을 자부하고 있다. 쇼핑호스트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간당 매출이나 분당 매출, 연월 매출 기록 등 대부분의 최고 기록은 그가 갖고 있다. 회사에서도 그의 능력을 인정해 ‘특별 관리대상’인 스페셜 쇼핑호스트로 관리하고 있다.

　대우 역시 국내 최고를 당당하게 요구했고 받아냈다. “올초 연봉 협상 때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최고 대우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이를 수용해줬습니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열의도 높다. 쇼핑호스트에 대한 대우를 타사와 비교할 때는 고개를 내둘렀고 “우리회사 만큼 안정적으로 쇼핑호스트를 대우하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에도 그는 주저없이, 막힘없이 얘기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험과 생각을 술술 풀어놓는다. 장시간의 인터뷰에도 여전히 하고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 듯한 느낌이었다. 시청자 얘기, 후배 얘기, 결혼 얘기, 월급 얘기 등등.

　“쇼핑호스트로서의 기본자세는 소비자, 시청자에게 항상 솔직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상품이 부실해도 결국 사라고 권유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방송에서 사라는 말은 절대 안합니다. 대신 사지 말라는 말은 서슴치 않고 합니다.” 그의 답변에서 설득력있는 멘트로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톱 쇼핑호스트가 되기 위한 비결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쇼호스트? 쇼핑호스트!

쇼호스트와 쇼핑호스트라는 용어가 TV홈쇼핑 업계에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홈쇼핑 업계 전체 종사자는 물론, 예비 홈쇼핑 인력을 위해서라도 용어 통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LG홈쇼핑과 농수산홈쇼핑은 방송 진행자를 쇼핑 호스트로 부른다. CJ홈쇼핑과 현대, 우리홈쇼핑은 쇼호스트로 사용중이다. 신문 방송도 각양각색이다. 해당 홈쇼핑에 대한 보도나 기사는 그 업체가 사용하는 용어로, 업계 전체를 얘기하거나 여러명의 방송 진행자를 소개할 때는 일관성 없이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쓰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LG홈쇼핑측은 “쇼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므로 쇼핑호스트가 맞다”고 주장한다. 반대측 논리는 “방송 용어상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든 진행자는 쇼 호스트로 쓰이며 홈쇼핑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도 쇼호스트로 불린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V홈쇼핑을 시청하는 소비자들은 채널을 돌릴 때마다 달라지는 방송진행자의 호칭에 헛갈릴 수 밖에 없다. 현재 노동부 관할 국내 직업분류표상에는 쇼핑 호스트가 직종명으로 등재돼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