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휴대폰번호 강제통합 철회

이통사업자 희비 엇갈려

 정보통신부가 번호통합 정책을 유연하게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동전화사업자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정통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SK텔레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비해 1위를 뛰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KTF는 다소 움추리게 됐다.

 이에따라 사업자들은 정통부의 의중을 분석하고 대안 전략 마련에 나섰다. 특히 번호 정책 변화가 그동안의 정통부의 비대칭 규제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번호정책 어떻게 되나=정보통신부는 당초 오는 2007년 011, 016, 017, 018, 019 등 기존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모두 회수하고 010번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최근 2007년 이후에도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게끔 정책을 변경했다. 진대제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2007년을 기점으로 이동전화번호를 010으로 강제통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김치동 과장도 “유·무선 전화 번호통합 등 여러가지 논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010으로 강제 통합할 필요가 없다”며 “번호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010’ 번호의 조기 통합의 핵심은 사실상 SK텔레콤의 ‘011’ 브랜드를 없애자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07년 이후에도 011 식별번호가 유지되게 되면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의 브랜드를 약화하자는 당초 취지가 후퇴하는 셈이다.

 ◇SK텔레콤 ‘맑아짐’, KTF ‘흐려짐’=이같은 변화에 대해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반면 KTF는 기존 전략에 다소 타격을 입게됐다.

 SK텔레콤은 번호이동성 도입, 신규 가입자에 010 번호 부여 등 새로운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011 브랜드’를 상당기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그동안 번호에 관해 수세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011 가입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명분이 생겼다.

 이에비해 KTF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KTF 관계자는 “내년부터 011로 가입자를 모집하지 못한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의 브랜드 전략을 뒤집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1위를 극복해 보려는 KTF로서는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KTF측은 오는 2007년까지 010 번호를 ‘대세’로 만들기 위해 보다 강하게 골드번호 예약 가입 등 010 마케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통부, 비대칭 규제 정책 변화하나=그러나 정착 업계에서 예의 주시하는 것은 정통부의 비대칭규제 정책 기조가 변경될지 여부다.

 통신전문가들은 전임 장관 재직시 있었던 정통부내 ‘반 SK텔레콤 정서’가 완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증권의 김성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번호계획 수정방침을 기존의 비대칭규제에 대한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번호 정책 변경에 따른 여러가지 ‘플러스 및 마이너스’를 계산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정책 기조의 변화”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번호 통합 정책 변경 세부 내용 등에 대해 당분간 통신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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