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전 삼성전자 DM총괄사장이었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동계CES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에 나서면서 새로운 기기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디지털 무한자유’라는 주제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그 제품이 바로 ‘넥시오’였다.
넥시오는 기존 개인무선단말기(PDA)와 달리 PC화면과 호환될 수 있는 5인치의 넓직한 화면,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USB인터페이스 채택 등으로 출시전부터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들의 관심과는 달리 PDA치고는 큰 사이즈, 높은 가격 등으로 대중화에는 실패하게 된다. 대중화에 실패했을지는 모르나 자연발생적으로 넥사모(넥시오를 사랑하는 모임)가 생길 정도로 일부 매니아에게 넥시오는 최고의 제품이었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호응을 바탕으로 차기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후속 제품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결국 삼성전자는 이같은 대중화 실패와 무선사업부와의 사업 중복을 들어 올해 초 넥시오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넥사모에서는 제품 컨셉트가 뛰어난 넥시오 시리즈를 단종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품살리기 운동을 하기도 했으나 삼성전자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삼성전자에게 기존 구매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사항이 되지 못했다. 대기업이 책임감없이 제품을 내놓고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좋지 않으면 단종하느냐는 지적도 소비자들의 볼멘 소리로 치부됐다.
사업성이 없는 제품을 단종하는 것은 기업의 생리다. 하지만 넥시오 단종에는 이보다 조직내부의 논리가 우선됐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넥시오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무렵 다시 삼성전자는 다시 넥시오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단종 때와 마찬가지로 생산재개 결정에도 설득력있는 해명이 없다. 이번 재개도 소비자의 입장을 반영했기 보다는 철저히 내부논리만을 검토해 결정한 듯한 느낌이다.
넥시오의 부활을 바라보는 기자의 심정은 복잡하다. 넥시오가 다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소비자들이 신제품 테스트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삼성의 조직 논리로 다시 우여곡절을 밟지나 않을지 걱정도 앞선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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