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재고 처리 놓고 제조-유통업체 `옥신각신`

`반품해 달라`…`계절상품이기 때문에 안된다`

 ‘반품해 달라.’ ‘계절상품이기 때문에 반품은 안된다.’

 에어컨 재고 처리를 놓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잦은 비와 이상 저온으로 올 여름철 에어컨 판매실적이 극도로 부진하면서 유통재고가 예년에 비해 2배나 많은 물량이 남게 되자 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에 반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계절상품’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처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의 전체 에어컨 재고는 특수영업분을 포함해 총 12만∼13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재고량인 5000∼6000대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까지 임직원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통해 재고 줄이기에 나섰지만 전체 재고물량의 10%도 채 판매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마트·전자랜드21 등 가전 양판점에는 100억원대가 넘는 물량이 재고로 싸여 있으며 전문점에도 적게는 수억원대에서 많게는 수십억원대의 물량이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마트·전자랜드21 등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 ‘반품’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 모두 반품은 받아주지 않기로 했다. 에어컨은 여름철에 주로 판매되는 계절상품이어서 대부분 물량을 약속한 뒤 출고하고 반품은 받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대신 삼성과 LG는 통상적으로 2∼3개월인 결제기한을 몇개월 더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은 실질적으로 연중 판매상품이기 때문에 반품은 있을 수 없지만 결제시한 연장을 포함한 각종 지원방안은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는 결제 연장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은 계절상품이나 연말에 특판이나 예약판매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평년에 비해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재고량에 대해서는 결제시점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9월 판매량까지 집계해 최종 재고물량을 파악한 뒤 내달초에 유통점 재고물량에 대한 지원정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전자랜드21의 한 관계자는 “각종 판촉 이벤트를 통해 재고 처분에 온힘을 기울였지만 계절이 지난 데다 워낙 물량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반품을 요청했다”며 “가뜩이나 경쟁이 심해 이윤도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상생 차원에서 제조업체들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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