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민원으로 송전철탑 건설 지연이 주원인"주장..
‘네 탓이냐 내 탓이냐.’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나흘 넘게 지속중인 거제지역 정전사태에 대한 원인을 놓고 한국전력공사(사장 강동석)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관련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네 탓 공방보다는 발전적인 대안제시가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네 탓?=거제지역은 송전철탑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거센 반대민원으로 지난 4월 준공예정이던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 이번 정전피해의 규모가 커졌다는 게 한전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거미줄 모양의 환상망구조로 전력계통이 구축된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은 전력의 우회 공급마저 불가능해 타지역에 비해 복구시일이 더 소요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전 홍보실 관계자는 “핵폐기장, 원자력발전소, 송전탑 등 각종 전력인프라 건설할 때마다 반대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는다”며 “이번 거제지역 정전사태를 지역 이기주의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아 대국민 홍보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내 탓!=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님비현상’ 때문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전은 이미 지난 4월 감사원으로부터 이 지역에 기설치된 송전탑에 대한 안전도 재검사와 보강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연재해 대비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번에 문제가 된 거제지역을 포함해 경남과 충북 등지에 설치된 758기의 송전탑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안전도 재검사와 보강 등을 한전측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감사는 한전의 해당 지역 전력관리처가 자체 실시한 안정성 검사를 무사통과한 758기의 송전탑중 20기를 임의 선정해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그 결과 20기 모두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거제지역 정전사태의 원인을 반대민원에 의한 송전탑 건설지연으로 보는 한전측 시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안이 필요=정전사태를 둘러싼 ‘네 탓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발생한 북미지역 정전사태를 놓고도 한전 전력노조는 “미국 전력산업의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정부의 현행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정전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자세는 자칫 한전에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보다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부하관리 강화 등 발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날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한 한전의 대응은 원전이나 송전탑 증설 등 민원발생의 소지가 높은 단편적 해법에 국한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중환 포항공대 풍력에너지연구소장(기계공학과 교수)는 “거제도만 해도 풍부한 해풍 에너지가 넘쳐나는 지역”이라며 “지역주민과 마찰을 일으키며 송전탑 건설에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는 현지 실정에 맞는 최적화된 대안 제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