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e마켓, 새 기업회계 기준 `뜨거운 감자`로

 올 연말부터 적용되는 새 기업회계기준이 기업소모성자재(MRO) e마켓플레이스 업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새 회계기준은 기업의 매출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단순 상품 중계의 경우 총액을 매출로 잡을 수 없으며 그 차익인 순액만을 매출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새 기업회계 기준은 유사한 상황인 B2C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서도 적용에 앞서 몇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러나 MRO e마켓 업계는 거래형태가 B2C 쇼핑몰의 단순 중계가 아닌 구매 대행이라는 점에서 거래 총액을 매출액으로 산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무 전문가들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총액이냐 순액이냐=지난 2001년 개정된 새 회계기준의 중요한 잣대는 e마켓 업체가 제품 제공에 따른 책임부담 여부와 재고자산에 대한 위험부담 여부 두 가지. 이들 두 지표를 모두 충족해야만 매출을 총액으로 책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두 번째 지표다. 세무 전문가들은 구매 회사에서 하자 등으로 반품된 제품을 e마켓 업체가 공급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경우 두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강호회계법인의 김강호 대표는 “회계기준 의견서에 따르면 미판매 제품을 공급사에게 반품할 수 있을 경우 위험이 감소한다고 돼 있다”며 “이것이 순액으로 잡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액 산정시 파장은=무엇보다도 MRO e마켓 업계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감소폭은 업체에 따라 차이를 보이겠지만 많게는 총액대비 10% 선까지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이때문에 차입금 여신한도, 세무상 손금인정 한도 등 경영상에 직간접적인 영향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김봉관 엔투비 사장은 “대기업의 경우 연간 구매대행 규모가 수 백억 원에 이르는데 대행사의 매출이 수 백억 원이라면 쉽게 이해를 하겠느냐”며 “신규고객 확보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함께 시장에서 순위 변동도 발생할 전망이다. 특히 마진률이 낮은 업체의 경우 매출 감소폭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며, 이것이 이들 업체의 신규 영업 차질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업계는 총액으로 매출을 산정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것이 힘들 경우 순액과 함께 총액 매출을 발표해 파장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내외적으로 기업의 매출은 매우 중요하다”며 “순액으로 산정해야 할 경우 업체간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펼쳐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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