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권석철 하우리 사장(1)

 1998년 3월 하우리 창업은 당시 세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미 유명 백신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그 업체의 대표는 초등학생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국민에게 존경받는 분이었다. 국내에 또 다른 백신업체가 설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들밖에 없는 듯 했다. 더구나 IMF 직후라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으며 글로벌 백신 업체들은 한국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좋은 제품을 저가로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중이었다.

 당시 PC통신의 바이러스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5명의 개발자는 이러한 국내 백신시장의 한계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글로벌 자본과 네트워크를 확보한 해외 업체들은 국내 유일의 백신업체에 인수제의를 하는 등 우리기업의 씨를 말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일본의 경우, 자국 백신업체가 외국업체에 인수되어 외국업체가 백신시장 가격을 쥐락 펴락하고 있었다. 더구나 백신은 국가 IT산업의 기반인 정보보호 산업의 주요분야로 사이버 테러나 국가간 사이버 전쟁 발생시 온오프라인 상의 안보 담당이라는 중요한 밑거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외국업체에게 이러한 국가 안보 관련 기술을 의존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외국백신들을 물리치려면 기술력이 우수한 국내 제품이 필요했기에 우리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국내 시장을 지키고 생산적 경쟁을 통한 기술력 업그레이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내 백신사도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상대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국내백신도 우수했지만 오랫동안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통신망에 공개용 백신을 제작해 올리던 우리 창업동지들은 기존 국내 백신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외산 제품들에 비해 손색없는 백신을 만들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창업 당시 당시 우리의 밑천은 윈도 기반에 최적화된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기술력과 자신감, 그리고 자본금 5000만원이 전부였다.

 그렇게 하우리가 탄생했다. 나는 내세울 만한 인맥이나 인물도 없었지만 제품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만으로 똘똘 뭉쳐 4명의 창업동지와 함께 ‘기업은 우수한 제품으로 말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우리를 세웠다.

 나는 그렇게 하우리를 세우면서 ‘지명도보다는 운용시 안정성과 기술력이 우선이다, 이것이 뒷받침되면 뒤늦은 기업이라도 언젠가 시장이 우리 백신을, 우리 기술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부지기수로 밤을 세웠다.

 실제로 기업 시장에서는 제품 도입시 실무자들에 의해 충분한 BMT를 거쳐 구매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의 전산 담당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하우리라는 이름이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생 기업이었지만 제품을 써보니 우수하다는 이유였다. 몇 번의 바이러스 대란을 겪으면서 하우리의 발 빠른 대처능력과 전문기술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하우리도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 권석철 하우리 사장 sckwon@hau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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