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기업과 세법개정안

 최근 정부의 2003년도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매년 이맘 때는 내년부터 적용될 세법이 어떻게 개편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기업의 이윤과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 맞는 개편이기 때문에 향후 정책의 기본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올해 세제개편의 특징은 기업 활동을 더욱 촉진시키고 침체된 국내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성장 잠재력 배양과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기존의 실효성이 낮은 제도나 중복지원제도 그리고 지원수준이 다른 부분보다 과도한 감면제도를 축소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들에 대해서 여러 방향에서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稅源)’의 틀 안에서 이번 세제개편은 기업입장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전부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기부양의 장기적 과제들을 준비하는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세제 개편의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복잡한 각종 공제와 감면혜택을 늘렸지만 이때 얻어지는 기업의 경제적인 이득이 과연 정부의 세수 감소 효과보다 더 높은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물론 세율을 획일적으로 일정비율 인하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세수감소가 기대된다면 현실에서 느끼는 조세 부담률을 낮출 수 있도록 좀 더 포괄적이고 혜택대상이 넓은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종 선택적인 감면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조세지원이 결국 나무 밑에서 바라보이는 잘익은 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벤처기업의 M&A 활성화를 위해 일부 세제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한계상황에 도달한 중소 규모의 벤처기업들을 시장논리에 맞추어 자연도태를 유도하고 새로운 재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경쟁력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조세지원의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비등록법인과의 합병이나 지분변동 제한기간 단축 등 좀 더 포괄적인 과세이연제도나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조세 감면 등 세제지원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좀 더 실효성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부 대주주들의 머니게임은 동일업종으로 인수합병을 제한해 지원토록 하는 방안 등을 사용해서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현재 업종에 따라 감면비율은 10%∼30%)는 계속적으로 유지돼야 할 것이다. 당초 세제개편 공표 시점에는 시한이 만료된 12개 조항을 삭제하기로 발표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회의에서 현재의 중소기업의 상황을 감안해 감면비율을 현재의 반으로 줄이고 대신 감면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개편하기로 협의된 상태이니 기대해 볼 만 하다. 특별세액 감면의 중요성은 현실에서 적용되는 범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특별세액 감면은 조세특례제한법상 여러 가지 조항중에서 실제로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사업자들의 56%가 이 감면제도를 이용할 정도로 가장 보편화되고 피부에 와닿는 감면조항이다. 만약 현실적으로 완전 폐지된다면 많게는 지금보다 30%정도 세부담이 증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세부담의 증가는 납세자의 또 다른 형태의 조세저항이나 불만에 접하게 될 것이고 정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꼭 필요한 감면제도의 개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현실의 요구를 과세당국은 계속적으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세제개편은 기업활동과 관련해 참여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인식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저한 세율마저 낮춰가면서 경기부양 의지를 보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인세율 인하나 부가세율 복수화 등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더 선점돼야 할 부분은 경제 주체가 예상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일관된 세제상 의지에 경제주체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점이다. 다양한 곁가지 보다는 가장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될 때 아무리 좋은 정부정책의 공표도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김강호 세무사 38kh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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