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나로,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하나로통신이 지난 2일 SK텔레콤의 기업어음(CP) 인수로 1억달러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상환, 우여곡절 끝에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하나로통신은 또 오는 8일 미국계 투자회사인 뉴브리지-AIG컨소시엄과 5850억원(5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계약을 체결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그다지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1대 주주인 LG그룹이 다음달 21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외자유치 반대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LG가 끝내 외자유치를 반대하면 표대결이 불가피하며, 또한 부결될 경우 하나로통신의 경영 정상화는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하나로통신의 이번 외자유치는 결코 달가운 조건이 아니다. 이제와서 뒷북치는 것 같지만 주당 3200원에 외자를 유치하는 것(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액면가격(주당 5000원)에도 훨씬 못 미칠뿐만 아니라 하나로통신의 가치가 너무 저평가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300만에 달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하나만 보더라도 하나로통신의 기업가치는 이보다 높을 것이다. 또 17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중 주당 3200원 이하에 주식을 매입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실사비용도 하나로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만약 이번 외자유치 계약건이 주총을 통과하지 못해 무산될 경우에는 약 30억원(250만달러)에 달하는 위약금까지 물어야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이 전형적인 투자 캐피털이라는 사실이다. 당분간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겠지만 투자수익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이익을 챙기고 떠날 것이라는 얘기다.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은 이번 하나로통신 투자를 통해 지분 39.6%를 확보, 1대 주주로 올라서고 이사회 맴버 11명 가운데 5명을 선임할 수 있게된다. 현재의 대표이사는 계속 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후 외자측의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유동적이다.

 그렇다고 하나로통신 외자유치를 반대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어찌됐든 외자유치에 따른 주당 발행가격이 LG가 수정 제시한 최저 발행가(주당 3000원)보다 높다. 특히 SK텔레콤이 외자유치를 전제로 CP를 인수한 상태여서 LG 등이 외자유치를 뒤집을 만한 대안을 내놓기도 어렵게 됐다. 오히려 LG가 사면초가다. 지금까지 파워콤 인수를 비롯해 통신시장에 약 3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넣은 LG그룹은 이번에 반드시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차지해 유·무선망을 갖춘 통신 3강에 합류한다는 목표가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LG의 외자유치 절대 불가 입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만 하다. 하지만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결렬에 따른 손실과 이어지는 유동성 문제 등을 어떻게 감당해낼지 묻지않을 수 없다. 하나로통신이 외자유치도 못하고 유동성 위기 등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후 LG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배주주로 올라선다고 치자. 이때쯤 되면 상처뿐인 하나로통신의 신인도는 급락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뿐만 아니라 LG는 하나로통신을 연계한 통신 3강 진입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LG가 상황을 뒤바꿀만한 획기적인 카드를 내놓지도 못할 것같다.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무산시킨 후 또다른 기회를 모색하는게 LG의 전략이라면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LG의 의도를 꺽어버린 SK텔레콤이 그대로 지켜볼리 만무하다. 이래저래 하나로통신의 위기는 당분간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주요 주주와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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