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4시(미 현지시각) 미국 샌 디에이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 7층 회의실. 우리나라 대학생 25명이 퀄컴의 어윈 제이컵스 회장과 둘러앉아 1시간 가량에 걸쳐 진지한 토론을 나누었다. 한국 이동통신 신화의 원천이 됐던 CDMA 기술의 발전사에서부터 전망, 오늘의 퀄컴을 있게 한 제이컵스 회장의 이력과 식견에 이르기까지 대화의 주제는 정보통신시장의 현안과 개인사를 넘나들었다. 제이컵스회장이 미국을 제외한 20여 해외 지사 소재국 가운데 특정 국가의 대학생을 초청, 공식 면담을 갖기는 회사 창립이래 처음있는 일로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이날 만남은 퀄컴코리아가 우리나라에 만연한 이공계 소외현상을 극복하고 이공계대학생들에게 희망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공과대 재학생 25명을 선발, 실시한 ‘퀄컴 IT 투어’의 백미였다.
한 학생이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강국의 반열에 오른 과정과 앞으로의 전망을 묻자, 제이컵스 회장은 “CDMA 기술이 생소했던 당시 환경에서 위험부담을 감안한 과감한 결단이 한국을 지금의 위상에 오르게 했다”면서 “다가오는 미래에도 선도적인 위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슷한 여건에서 TDMA 방식과 유사한 ‘PDC’ 기술을 채택해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이 반면교사라는 게 그의 견해.
한발 나아가 현재 세계 통신시장의 뜨거운 감자격인 3세대(G) 이동통신의 당면과제는 무엇이냐는 다소 당돌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국이 3G 이동통신을 처음 상용화했지만 시장수요나 이용편리성 등에서 아직 미숙한 점이 적지 않다. 시장환경과 더불어 휴대전화·소프트웨어(SW) 등 기술적 측면에서 보다 진일보해야 할 것이다.” 퀄컴 회장의 답변 치곤 약간 궁색해보이지만 학생들의 진지한 눈빛을 바라보는 솔직한 답변인 셈이다.
일개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퀄컴을 CDMA 시장의 핵심 기술 제공업체로 변신시킨 비결이 무엇이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제이컵스 회장은 “어느 직급·직종의 사원들이라도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전자우편을 통해 자유롭게 공유·토론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조직의 역동성이 그 원천”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엔지니어에서 출발해 세계 유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제이컵스 회장의 개인적 결정과정도 궁금해 했다. 그는 “10여년간 대학교수직을 그만 두고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때는 경영·경제 전반의 이해가 부족해 기업경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축적했고 결국 기술과 경영 기법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번 퀄컴 IT 투어에 참가한 최연소 학생인 한국과학기술원 정성환씨(19)는 “퀄컴에 대한 다소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나 이번 견학을 통해 세계 정보통신 시장의 냉엄한 현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핵심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해 IT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퀄컴코리아 김승수 이사는 “교육과정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는 이공계 소외현상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국내 IT 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CDMA를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마련한 행사인 만큼 앞으로 퀄컴의 사회활동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서한기자 hseo@etnews.co.kr>
IT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