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하반기 컴퓨팅 뉴트렌드]시장전망

 “경기침체의 시름을 접고 21세기 차세대 컴퓨팅 체계를 현장에 이식할 때가 왔다.”

 컴퓨팅 업계가 세계 경제 동반회복조짐에 따른 재도약의 기치를 높이 세웠다.

 지난달 유럽에서 시작된 세계 증시 랠리가 아시아로 전이되면서 IT 중심의 기술주가 다시금 투자자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서도 ‘지난 2개월간 내구재 수요가 계속 증가해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나왔다. 대우증권도 지난달 말 시황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상황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으며 조만간 글로벌 경기회복 사이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 연말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같은 경기회복조짐은 기업들의 IT 투자확대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년여간의 경기침체로 말미암아 기업들의 선행투자대상에서 밀려났던 IT분야가 다시금 최우선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특히 통신과 방송의 융합, 무선인터넷과 가전의 결합과 같은 차세대 IT서비스의 근간이 될 컴퓨팅 솔루션 수요가 고개를 들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64비트 컴퓨팅 체계(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환경의 스토리지,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기업포털(EP), 애플리케이션 성능관리 등 새로운 IT 인프라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는 경기침체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IT 총소유비용(TCO) 절감, 시스템 통합의 효율성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즉 체계적인 정보관리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21세기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가 프로세스혁신(PI) 프로젝트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지식포털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삼성그룹이 전사 정보체계의 포털(EP)화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KT 및 KTF, SK텔레콤,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한화그룹, 대우조선 등 각 산업별 주요기업들이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적합한 IT 솔루션을 찾아 나섰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들은 협력회사·거래회사·고객을 포괄하는 웹 기반 정보관리체계를 추진함으로써 정보화 프로젝트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경향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첨단 IT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한 투자를 감행하면서 중견, 중소기업들의 투자열기도 회복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중소기업 IT화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IT업체들의 관심이 중견중소비즈니스(SMB : Small Medium Business)분야로 돌아서면서 산업계 전반의 정보화 열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솔루션 업계는 엇보다 기업들의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요구가 회사 내부의 클라이언트/서버환경에서 웹,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웹 기반 솔루션으로 확장하고, 64비트 컴퓨팅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국HP, 한국IBM 등 하드웨어 분야의 대표주자들은 64비트 컴퓨팅, 아웃소싱,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요구에 부흥할 대비책(솔루션)을 마련하고 시장선점을 위한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국오라클, SAP코리아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업계의 주요 기업들도 웹서비스를 비롯해 리눅스, 확장성표기언어(XML), 그리드 컴퓨팅 등과 같은 화두를 포괄하는 솔루션을 구비하고 시장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녹록치 않은 경쟁력을 발휘하며 차세대 컴퓨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선 ERP 업계를 중심축으로 하는 토종 솔루션업체들의 연합전선이 형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궁극적으로 ‘외국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솔루션으로 고객을 각개격파하는 전략의 한계’를 인식, IT 컨버전스(융합)시대에 걸맞는 준비태세를 가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ERP 전문업체인 코인텍이 CRM, SCM, 그룹웨어, KMS 등의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국내 IT 솔루션 업체들과 함께 통합솔루션 수요에 대응하는데 이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ERP협의회와 협력해 일본시장 공동진출을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 한국컴퓨터통신도 메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업체인 알라딘소프트를 비롯해 국산 IT 솔루션 업체들과 협력해 동남아 시장진출을 추진중이다.

 토종 솔루션 연합전략은 중소기업의 소규모 정보화 프로젝트에 머물렀던 국산 솔루션의 수요처를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중견, 대기업으로 확산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메타빌드,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한기술정보통신, 미라콤아이앤씨 등 EAI 및 EP 분야에 집중해온 토종업체들이 정보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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