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지금 가요계는 효리세상, 효리천국

이효리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효리의 외모와 춤이 스포츠신문의 1면을 뒤덮는다. 가슴을 성형했느냐 아니면 오리지널이냐, 19살 때 결혼하려 했던 남자친구 있었다, 우중 음주를 좋아한다 등등.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지뢰밭 화제로 부상한 데 이어 요사이에는 효리의 의상과 댄싱이 야하냐 아니냐가 팬들의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당분간 연예토픽은 그의 것이다.

 한 신문은 지금을 ‘효리천국’으로 규정하고 그의 대중적 흡인력에 대해 ‘지적 섹시함’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말인 즉 천박하지 아니한 ‘교양이 있는 섹시함’이란 뜻일텐데 효리를 두고 그 말이 바로 연결되지 않는 사람들은 조금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미 TV에 진행자로 나와 유혹적인 눈웃음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은 그가 이번에는 댄스음악으로 경천동지의 화제를 뿌리고 있다. 전국이 효리의 육탄공세 늪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첫 무대에서 나이든 시청자들은 80년대의 마돈나 아니면 김완선을 보는 듯한 야릇한 섹스어필을, 더 어린 시청자들은 효리의 대담하고 유혹적인 의상과 동선에서 솔직함과 부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미국의 마돈나와 ‘한국의 마돈나’였던 김완선이 말해주듯 섹슈얼리티가 갖는 스타덤의 굴삭력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80년대부터 음악에서 영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비주얼의 극치라고 할 섹슈얼리티는 가수의 성패를 가름하는 절대적 요소가 됐다. 따라서 이효리가 누리는 인기는 정당하다. 핑클 시절부터 가수로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근래 보여주는 성숙한 육체적 마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우리 여가수가 내건 이미지 상표는 장나라가 웅변한 ‘명랑소녀적 귀여움’이었다. 장나라 이후 말만 바뀌었을 뿐 많은 드라마 여주인공과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온 걸 그룹은 명랑소녀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세일했다. 효리의 솟구침은 이제 여가수의 트렌드가 ‘성인’으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을 재촉한다. 이를테면 ‘명랑소녀에서 섹시처녀’로의 변화다.

 그러나 천하의 ‘연예스타’ 이효리도 ‘Ten minutes’가 수록된 앨범에 관한 한 ‘가수’로 돌아온다. 막 발표된 그의 앨범 ‘스타일리시’는 이효리의 이미지와 결부된 흑인 댄스리듬과 발라드로 꾸며져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신인작곡가와 편곡자들이 펼쳐놓은 리듬은 요란하지 않게 꽤 절제돼 있다.

 문제는 이미 핑클에서 입증된, ‘쟁반 노래방’에서 들려준 그의 좁은 음역 때문에 리듬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는 데 있다. 보컬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물론 음역대가 가수의 역량을 재는 절대 척도는 아니다. 낮더라도 그 안에서 감정표현을 통해 얼마든지 감동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수록된 곡 ‘바보처럼(Sadness)’ ‘오늘따라’ ‘얼음’ ‘이브, 낙원에 잠들다’ 등에서 그가 들려주는 노래는 아마추어 수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앨범이 재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의 보컬역량 때문에 음악은 통쾌함과 꿈틀거림, 즉 충분한 고저의 파도를 그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마돈나처럼 가수의 육탄공세가 파괴력을 가지려면 음악이 따라줘야 한다. 섹시 춤의 낙원이 아닌 ‘이브, 음악낙원에 잠들기’를 바란다.

 임진모(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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