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문화유적분포지도 제작 사업 `표류` 위기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유적 분포지도 제작사업이 해당 기관의 미온적 태도와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으로 인해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사업추진기관들이 해당기관이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핵심역할을 수행해야 할 지리정보시스템(GIS) 전문업체와 측량업계가 배제되면서 사업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것.

 여기에 수정된 행정지침조차 실질적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사업공고를 내고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전국적으로 발생, 당초 일정대로 사업이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별 문화유적 지표를 조사해 지도 제작 △조사된 문화재를 5만분의 1 지형도에 전산입력 △속성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것 등으로 문화재청이 국고보조금을 지원해 해당 시·도·군 등 지자체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사업이 발주되면서 주사업자에 지자체별로 해당지역 소재 박물관과 연구소, 문화재보호재단 등 문화재 지표조사기관만을 명시하고 GIS업체나 측량업체를 제외하면서 문제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한국지형정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유관업계는 문화재의 정확한 위치정보와 분포범위를 지형도에 표시하고 전산화하는 작업에 GIS업체 및 측량업체의 입찰 참가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중 경쟁입찰의 참가자격을 규정한 항목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문화재청에 참가자격 제한에 대한 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문화재청도 GIS 및 측량업계의 이같은 요구를 적극 수용, 올해 2월 문화재청이 고시한 지표조사 전문기관 외에 GIS 전문업체를 주 사업자로 선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기본 지침서를 새로 작성, 각 지자체에 시달했다.

 그러나 수정지침이 일선 지자체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않으면서 기존 사업공고가 나가고 관련업계가 반발하면 이를 취소하고 재공고를 내는 해프닝이 계속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30일 문화재 지표조사기관만으로 참가자격을 공고한 경남 합천군은 한국지형정보산업협회 등이 진정서를 접수하자 8월 11일 서둘러 공고를 취소했다. 합천군은 곧바로 주 사업자 입찰 참가자격을 수정하고 12일 사업발주 재공고를 냈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광주시는 지난 13일 당초 방침에 따라 사업공고를 냈다가 1주일도 안돼 18일 공고를 취소한 상태다. 전북 고창군 역시 지난 13일 사업공고를 낸 이후 GIS 전문업체 및 측량업체의 참가자격을 삽입, 조만간 재공고를 낼 예정이다.

 사업공고 후 곧바로 취소하고 재공고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사업추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업집행기관인 지자체는 물론 예산집행 및 관리감독 관청인 문화재청의 미온적인 대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봉길 한국지형정보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문화재청의 관리·감독 소홀과 지자체의 무관심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연말까지 계속될 전국 30여개 지자체 문화유적 분포지도 제작사업이 똑같은 이유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 각 지자체에 사업예산 교부와 동시에 변경된 지침을 전달했다”며 “사업추진 및 계약방법, 사업자 선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해당 지자체가 처리할 문제로 별도의 후속 지침을 내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해 당분간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