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은 인구나 경제 규모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큰 전자유통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통물량의 규모를 감안한 전국 제2의 전자유통 상권인 부산지역의 유통가는 지금 소비심리 부재와 경기위축 속에서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위축 상황극복을 최대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컴퓨터집단상가, 대형가전유통점과 대형할인점 등이 가전과 컴퓨터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버금가는 치열한 상권경쟁·소비자 모시기 경쟁을 벌이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또 포괄적인 상권확보 및 매출확대를 노리던 대형할인점, 양판점들도 이제 출점 상권을 잘게 분할한 후 타깃지역을 선정해 출점하는 등 극명한 시장분할 및 타깃출점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IMF 때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습니다. 최근 전자유통시장은 IMF 당시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등 상황이 더 어려운 실정이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산지역 전자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요즘 부산지역 전자유통업계는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한 상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찾기 어렵고 계절적 비수기를 넘어서더라도 예전상황으로의 복귀가 의문시 된다는 것이다.
◇유통점들 ‘타깃 출점’ 뚜렷=대형유통점의 다점포화와 대형유통점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부산 전지역을 상권으로 한 포괄적 전략에서 탈피하고 있다. 대형유통점들의 가장 큰 변화는 최근들어 마케팅 활동을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 특정 지역상권을 타깃으로 삼아 신규 출점을 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부산지역 가전유통이 IMF 이후 가장 크게 바뀌고 있음을 실감나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전까지 총판과 대리점 및 계열점 등으로 이어지던 수직 계열점 체제가 IMF를 거치면서 소규모 대리점과 전파상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하이마트·전자랜드·리빙프라자·하이프라자 등 대형유통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운대와 화명동 등 신흥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삼성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의 신규 점포 출점이 이어지면서 부산이 대형유통점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현재 부산지역은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이 각각 18개점과 6개점이 운영되고 있다. 또 가전메이커 전속대리점인 하이프라자와 리빙프라자가 다점포화에 나서면서 부산지역에 각각 20개점이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가전품목을 미끼 상품에서 취급하던 대형할인점들이 최근에는 판매위주의 품목으로 전환하면서 가전유통시장에 가세함에 따라 부산지역 가전유통시장을 놓고 대형유통점간 상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전제품의 구매패턴도 소형제품이 점점 감소하고 대형 고가화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8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부산지역 가전유통시장은 혼수품 견적상담을 중심으로 구매자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AV가전의 경우 30인치 이상 HD급 TV와 일체형 홈시어터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 상반기에 아날로그 제품수요가 많았던 반면 지금은 디지털 제품을 찾는 고객이 더 많다. 또 600∼680L급 양문형 냉장고 등 대형제품과 8∼10㎏급 드럼형 세탁기가 혼수품으로 정착되고 있다.
부산지역 가전유통업계 관계자는 “부산지역 가전유통시장은 대형유통점의 신규 출점 및 다점포로 상권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지역상권 중심의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포화상황 극복이 과제=부산지역 컴퓨터유통시장은 부산컴퓨터상rk, 가야컴퓨터상가, 한창정보타운 등 빅3 상가를 비롯해 중앙컴퓨터상가·마트월드 등 모두 8개 집단상가가 형성돼 있다. 이들 집단상가는 적게는 10개 매장의 초소형 상가에서 150여 매장 규모의 대형 상가로 구성되며, 8개 상가에 모두 500여개 매장업체가 집단상가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컴퓨터 유통상가의 경우 포화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컴퓨터유통시장 급성장세를 감안,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구매력이나 발길을 온라인숍으로 끌어오는 방식의 자구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컴퓨터시장은 최고조에 달했던 90년대 후반에 부산지역에만 모두 10개 집단상가에 1000여개 매장업체들이 운영되던 것에 비하면 절반수준으로 감소할 정도로 좋지 않다. 상가업체간 경쟁심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구매력 감소는 상가업체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지면서 상가 경기가 저점을 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율곡컴퓨터상가의 경우 일찍이 매장 수를 10개 매장으로 몸집을 크게 줄이고 소규모 지역상권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가야컴퓨터상가와 인접한 인포컴퓨터상가는 올들어 일부 매장업체들이 다른 상가로 이전하고 상가 문을 닫았다.
컴퓨터 판매부진이 계속되면서 기존 상가의 일부 업체들도 하나둘씩 줄고 있다. 한때 150여 매장업체에 달하던 가야컴퓨터상가와 한창정보타운 역시 현재 100개 업체와 80개 업체로 각각 감소했다.
가전유통시장 역시 가을 결혼시즌을 앞두고 혼수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적인 체감경기는 예전 같지않다는 게 가전유통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더구나 대형할인점들이 신규 점포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어 부산지역 전자유통시장가는 매출경기 부진 속에 대형할인점으로 향하는 고객의 되찾기에 나서야 하는 등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지역 컴퓨터상가 입주업체들은 저점의 불황을 감내하며 화려한 전국 제2의 유통상권의 재도래를 꿈꾸고 있다.
<부산=윤승원기자 sw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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