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LG필립스LCD 사이엔 담이 없다.’
하이닉스반도체 구미사업장(공장)과 LG필립스LCD 구미 2·3공장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철책이 4년 만에 철거됐다.
지난 1999년 10월 반도체 빅딜의 결과로 당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와 LG필립스LCD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된 40여m 구간의 철책이 지난주 양사합의로 허물어진 것이다. 따라서 하이닉스반도체 구미사업장이 위치한 경북 구미시 임수동 171번지와 LG필립스LCD가 자리잡은 161번지 사이엔 이제 아무런 경계구분이 없다.
그동안 반도체 빅딜로 반도체사업을 송두리째 하이닉스반도체에 내준 LG측은 빅딜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이따금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 구미사업장엔 여전히 과거 LG반도체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LCD구동 드라이버IC(LDI)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애증의 양면성을 띤 비즈니스 파트너로 존재해왔다.
이번 철책 철거는 반도체 빅딜 이후 형성된 두 회사간의 껄끄러운 감정을 깨끗이 털어버리는 화해무드의 산물로 해석된다.
4년 전 두 회사가 공동부담으로 철책을 세웠듯 이번 철거에도 함께 손을 잡았다. 공동부담으로 철책을 허물고 그 자리엔 하이닉스반도체와 LG필립스LCD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공동경비초소를 마련했다. 휴전선에 이어 구미공단 내에도 공동경비구역(?)이 마련된 셈.
지난 수요일엔 양사 축구대표들이 철책 철거를 기념하는 친선 축구대회를 가지며 형제회사 못지 않은 우애를 과시하시도 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날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들도 화합의 모임을 가졌다. 철책 철거의 의미를 기리는 한편 공장 근무자들의 전사적생산성향상설비관리(TPM)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구미사업장을 방문한 하이닉스반도체 우의제 사장은 이날 오후 철책 철거 직후 LG필립스LCD에 들러 구본준 사장을 접견했다. 이후 두 사장은 LG필립스LCD 구내 영빈관에서 함께 만찬을 들며 화합의 의미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반도체가 LG필립스LCD에 공급하는 LDI는 연간 2억달러 이상(2002년 기준). LCD산업의 호조로 LDI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두 회사의 화합이 어떻게 빛을 발하게 될지 기대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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