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가 하나로통신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외화신주인수권부사채(BW) 1억달러 상환(풋옵션 만기)이 오는 22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오늘 임시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의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사회가 열려봐야 알겠지만 LG·삼성·SK 등 대주주들은 하나로통신의 전환사채 발행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8일 현재 이들 대주주 가운데 하나로통신의 전환사채 발행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회사가 없으며 또 누가 얼마만큼 전환사채를 떠안을 것인가를 놓고 첨예하게 맞설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번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하지 못하거나 다른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면 하나로통신은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에는 하나로통신의 존립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하나로통신의 이번 이사회는 그래서 대단히 중요하다. 일단은 윤창번 하나로통신 신임사장이 3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 제안을 2000억원 규모의 CB 발행으로 수정해 이사회에 올리는 안을 대주주들이 수용해야 한 고비를 넘길 수 있다. 하나로통신측은 이들 3대 주주사가 전환사채 발행에 동참해 외채를 상환하고 다음달 중 다시 이사회를 열어 외자유치와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유상증자를 내걸었던 LG의 청사진에 큰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 LG는 하나로통신(초고속인터넷)과 데이콤(기업시장), 파워콤(망관리)을 연계해 LG텔레콤과 함께 유무선 통신사업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나로통신 유상증자를 시도했다. 따라서 하나로통신의 지배주주가 되지 못한다면 LG로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그래서 하나로통신의 열쇠를 푸는 키도 사실상 LG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 SK텔레콤이나 삼성전자가 LG의 유상증자안을 무산시킨 이유로 지적한 외자유치보다 낮은 발행가격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내적인 이유야 어찌됐든 표면적으로 SK와 삼성을 설득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LG가 하나로통신의 지배주주가 되는 데 대해 SK와 삼성이 달가와 하지 않는다는 속내도 LG가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할 대목이다. 특히 무선통신사업만으로 통신2강을 형성하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서는 KT그룹과 맞먹는 유무선 통신사업자의 등장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도 통신장비 및 단말기 시장에서 LG전자와 경합하고 있어 향후 국내 통신수요 구도의 변화에 대해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통신3강을 통한 국내통신시장의 유효경쟁체제 확립이 명분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LG라고 모를 리 없다.
LG가 통신3강 진입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정홍식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통신총괄사장으로 영입했을 때에는 그에 맞는 실탄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SK·삼성과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으며 통신3강을 향한 청사진도 그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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