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신문이나 TV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로드맵(road map)’이다.
지난 4월에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인사개혁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지방분권, 행정개혁, 재정·세제개혁 등 각종 로드맵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또 지난주에는 전자정부 로드맵이 확정됐으며 동북아 물류·금융 중심지화를 위한 로드맵이 발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로드맵의 단순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 여행용 도로지도다. 하지만 요즘 사용되는 로드맵은 주로 특정 목표 및 과제에 대한 ‘총론’ 또는 ‘계획안’ 정도로 해석된다. 청와대 정책 입안자들 스스로도 로드맵을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대강의 큰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축적에 따라 큰 지도는 있겠지만 대강 만든 지도는 없다. 조선시대의 대동여지도 역시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해 만든 피땀어린 산물이다. 지금도 정밀한 항공사진과 측량을 기초로 엄정한 검수과정를 거쳐야만 지도로서 인정받는다.
특히 기술이나 제품 분야에서의 로드맵은 ‘미래 시장 수요에 부응한 기술 가이드라인’ 또는 ‘특정 분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작성해놓은 문서’ 등으로 정의된다. 결코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식의 내용을 담은 대강의 큰 그림이 아니다.
최소한 지도라고 한다면 정확한 방향과 주요 도로 표시 만큼은 분명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까지 담겼다면 더욱 금상첨화다. 그래야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지도를 학인하고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 갈 수 있다. 부처간 이해가 엇갈린 민감한 사안이라고 해서 대강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로드맵만 보면 갈등도 자동으로 해소돼야 한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로드맵을 보면서 과연 로드맵이라고 부르기에 부끄럽지 않은 내용인가를 되새겨 보곤 한다. 지금이라도 참여정부에서 국정지도(로드맵)를 만드는 사람들이 약도와 지도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보사회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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