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이공계 출연연의 개혁방향

매년 1조 수천억원의 정부예산을 쓰면서 이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공계 정부출연연구소는 참여정부에서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다른 현안들로 인해 개혁의 우선순위에서 미뤄져 있을 뿐 조만간 칼을 들이댈 것으로 관측된다.

 개혁은 출연연의 미션을 명확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공감을 얻고 있는 출연연의 미션은 공공기술 및 미래원천기술 개발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미션은 대학과 기업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출연연이 하기에 적합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 미션에 맞지 않는 출연연을 폐쇄하는 것이다. 산업화 연구는 기업에서 더 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연구를 미션으로 삼고 있는 출연연은 이제 문을 닫는 것이 옳다.

 정부가 연구개발 방향을 틀어쥐고 모든 것을 관여하던 시대는 끝내야 한다. 정부가 기업연구소의 산업화 연구를 지원할 수는 있어도 산업화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출연연은 기업연구소가 일만 개에 이르는 현재는 필요 없게 됐다.

 출연연은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정예화할 단계에 이르렀다. 부처별로 유사한 성격의 출연연을 경쟁적으로 세우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연구개발 분야를 재평가해 정부가 지원해야 할 연구개발 분야를 엄선하고 그 밖의 분야는 축소 혹은 정부지원을 종결하되 향후 중요시될 미래 원천기술개발 분야는 확대 개편해 집중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고급 핵심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다. 출연연이 경쟁력 있는 고급 인력을 확보하려면 연구원에 대한 대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가능해 진다. 간단히 정리하면 출연연의 연구개발 분야를 절반으로 줄이고 여유가 생긴 재원으로 연구원에 대한 대우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정년이 대학보다 빠름에도 불구하고, 직업 안정성이 대학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인재들이 출연연을 선망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원을 정예화·고급화하지 않는 어떤 대 출연연 정책도 실패를 예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대학 연구수준의 출연연이라면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 상당수의 연구원이 매년 지방대학으로 이직하는 수준의 출연연은 혈세를 낭비하는 집단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원할 예산을 높일 수 없다면 출연연의 수를 줄여서라도 연구원에 대한 대우를 개선해야 출연연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출연연에서는 5년(혹은 7년) 단위로 연구원을 평가해 수준에 못미칠 경우 물러나게 해야 하지만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월등히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국가의 최고 인재들이 모인 곳이 출연연이라는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

 출연연에서 물러난 연구자들이라 할지라도 대학이나 기업에서 영입을 희망할 만큼 훌륭한 연구자들을 출연연이 확보할 수 있다면 출연연은 성공할 수 있다. 출연연의 연구자들에게 국가연구원이란 칭호를 주고 최고의 대우를 한다면 현재의 예산수준에서도 출연연을 훌륭히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산업적으로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출연연을 기대하는 정책은 종결돼야 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장렬 식물세포공학연구실장 jrliu@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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