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비업체 총매출 美어플라이드 20% 불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소자·반도체장비업체 작년 매출 순위 한국은 메모리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완제품에선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장비와 재료는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자산업에서 번 돈이 장비와 재료 구입비로 새나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처럼 장비 및 재료산업의 중흥이 시급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이 자칫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기 전에 장비와 재료산업으로 눈을 돌릴 때다.
1.소자·패널은 선진국, 장비·재료는 후진국
‘메모리·LCD는 세계 1위, 장비·재료는 50위권.’
반도체 전문가들은 종종 “메모리·LCD 팔아 남 좋은 일 시킨다”고 토로한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하이닉스반도체 등 소자업체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반산업인 장비·재료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분야 시장점유율 33%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TFT LCD 분야에서는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의 40%를 석권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메모리로 11조원, LCD로는 9조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을 이상의 중견 장비·재료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세계 장비·재료 시장은 메모리나 LCD 못지 않게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메모리 시장규모는 270억달러였으며 반도체 장비(290억달러)와 재료(234억달러) 시장도 비슷한 규모를 형성했다.
미국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지난해 매출이 50억달러에 달해 웬만한 소자업체를 앞지르기도 했다. 우리나라 장비업체들은 200여개가 난립하고 있지만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한 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의 20%도 안되는 시장규모를 갖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 최혜범 이사는 “한국은 특히 D램산업만 보고 기술강국이라고 도취돼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는 경쟁력이 대만과 중국에도 뒤처지며 장비·재료 등 기반산업은 취약해 일부 시장에서만 맹주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는 무역수지 역조까지 야기하고 있다. 특히 잘 나간다는 반도체산업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몇 년째 적자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매년 10조원 안팎의 외화를 벌어들이지만 70∼80%를 고스란히 장비와 재료 구입비로 해외에 되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과 웨이퍼업체 신에쓰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각각 약 6000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챙겨갔다.
현재 국내 메모리와 LCD라인의 장비 국산화율은 20%를 밑돈다. 노광장비 등의 핵심장비와 저유전절연물질(low-k) 같은 90나노 이하 공정에 적용되는 차세대 재료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LG실트론 정두호 사장은 “그래도 세계 최강의 소자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로선 아직 기회가 많다”며 “더 늦기 전에 장비와 재료산업 육성을 위한 묘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