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요약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방안 공청회 지상중계>

(사진 취재했음)



 “우선 이공계 출신에 대한 공직사회 내부의 뿌리깊은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고, 유능한 기술직을 정부 각 부처의 요직에 대거 전진배치해야만 과학기술중심사회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다.”

 과학기술자문회의가 11일 오후 마련한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이공계 출신들이 정부 각 부처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자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제발표(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조원철 교수)=과학기술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영역의 변화를 견인한다. 정부정책 결정시 과학기술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기술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성에 기초한 국가운영이 필요한 때다. 이미 외국과 민간부문은 과학기술계 출신이 이끌고 있다. 미국 상원은 전문박사학위 소지자가 1000여명에 달한다. 삼성의 경우 토목직 출신이 인사부장을 맡을 정도다. 그럼에도 우리 공직사회는 기술직이 수도 적을 뿐더러 공직분류체계상의 문제 등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특히 기술직 임용부처 편중으로 중요 정책결정 내용의 왜곡가능성이 높다. 기술직 선발 자체도 문제다. 기술고시를 통한 모집인원도 행정고시의 3분의 1도 안된다. 따라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기술직의 진출확대 자체는 물론 진출후에도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직에 전진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4급 이상은 직급을 통합하고 분류체계를 5직군, 15직렬 체제로 줄여야 한다. 또 기술고시제도를 개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직 신규채용을 늘려야 한다. 행정직이 주로 배치되는 주요부처나 요직에도 과감히 기술직을 기용해야 한다.

 ◇정하경(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심의관)=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문제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고, 정부가 이공계 출신 우수 인재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에 비춰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을 늘리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행정수요를 바탕에 깔고 얘기해야 한다. 가령 기술직의 수요가 한계가 있는데도 오버해서 기술직을 기용한다면 정부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즉 이공계 진입을 늘리는 데 동의하지만 철저한 수요분석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하는게 좋다. 특히 이번 방안이 기존 기술직 공무원의 승진기회를 빼앗는 것은 물론 행정직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 등 갈등요소가 있다. 특히 4급 이상 직급을 통합하는 것은 전문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보다는 관리자 성격이 강한 3급 이상부터 우선 직급을 통합하는 게 검토할 만하다.

 ◇한민구(서울공대 학장)=지식정보화시대로 진입하고 정부의 기능이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행정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60년대식 직급·직렬체제로는 힘들다. 공무원 직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개선안은 결코 이공계 우대나 이공계 살리기가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 행정직과 기술직의 파워게임을 통한 제로섬게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우선 기술고시를 수술해야 한다. 공직분류체계 역시 너무 옛날 방식이어서 기술융합시대에 대응이 안된다. 행정직은 직급직렬이 단순해 다양한 행정경험을 할 수 있으나 기술직은 그게 어렵다. 바로잡아야 한다. 특채 등으로 공직사회에 발을 딛는 기술직의 경우 민간부문의 경력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황해웅(대덕연구단지 기관장협의회 회장)=우린 너무 기술직과 행정직이란 이분법식 사고에 얽매어 있다. 공무원 임용시부터 이공계인가 인문사회계인가에 따라 평생 길이 정해진다면 기술직과 행정직 모두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단순히 전공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를 검증하는 공무원 임용제도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 기술직은 리더십이 부족하고 정책입안 능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행정직이 이런 부분에서 우수하다면 공대를 나와 행시를 패스한 경우 리더십이 저절로 생긴다는 얘기와 같다. 이는 보직부여 자체가 기술직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쪽에 포진해 있다는 뜻이다. 가령 육사의 경우 이공계든 인문사회계든 리더십의 차이가 없다.

 ◇이병욱(전경련 경쟁력강화TF팀장)=아예 공무원 채용제도를 바꿔 민간식 채용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부처별로 바람직한 인재상을 재정립하고 투명한 평가시스템을 도입, 대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다단계식 채용법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전공차별이나 학벌주의의 병폐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론 설사 이공계 인력채용을 늘린다 해도 누가 적합한 인재인지 알 수가 없다. 고시제도 역시 현 상태로는 인문사회계 인력이 더 유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공계 대학생의 인턴십 활용으로 이들에게 공직진출 기회를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택(전자신문 취재담당부국장)=정부내에서 현재 기술직은 마이너에 속한다. 주요 보직에 기술직 진출이 어려워 정책기여도나 영향력이 낮다. 이같은 상황에선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고 보직을 통합, 기술직에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도 자칫 행정직에 더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인 배려를 해줘야 한다. 가령 가장 중요한 보직을 기술직 몫으로 한다는 식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안이 좋아도 실천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의 키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본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못 이룰 리 없다. 노 대통령이 중국발언에 이어 국민앞에 보다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다음 개각이나 인사때 기술직을 파격적으로 기용한다거나 이공계를 우대한다는 것을 두세번만 보여주면 된다. 특히 IT수석보좌관제는 반드시 실천할 필요가 있다.

 ◇황이남(경실련 과학기술위원장)=일부에선 4급 이상 직급을 단일화하면 전문성에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이는 비기술직의 시각이다. 기술융합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 행정수요도 융합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기술직 직군을 5개 아니라 3개로 더욱 줄여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행정직처럼 1개로 줄여야 한다. 현재 공직사회엔 이공계 출신 비중이 너무 낮다. 식약청·특허청·임업연구원 등 전문 연구직이 대거 포진한 특수 부처의 허수를 제외하면 턱없이 낮다. 소위 힘있는 부서로 갈수록 기술직 국장을 찾기 어렵다. 직군 대통합과 함께 기술사, 박사학위자 등 인재의 특채를 확대하고 고시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하태권(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4급 이상을 하나의 직급으로 통합하는 것은 행정전문성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지금의 행정직처럼 기술직도 순환보직의 폭을 더욱 넓힘으로써 행정전문성 저하가 우려된다. 무리하게 통합하기보다는 행정·기술 복수직위는 가급적 기술직렬 복수직위로 전환하든가 일정부분 기술직에 할당하는 식을 우선 도입하는 게 적절하다. 기술직의 임용확대는 6급 이하에도 적용돼야 한다. 실제 5급 공무원의 3분의 2는 6급에서 승진된다. 6급 이하 기술직 공무원의 능력향상없이 승진기회만 확대된다면 행정전문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정리=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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