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전업체들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고객평가단’을 앞다투어 모집하고 있으나 평가단 선발의 기준이 모호해 할인판매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은 지난해 말부터 신제품을 출시할때마다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3000명까지 제한적으로 고객평가단을 모집, 30%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가전업체들이 내건 고객평가단의 인원수 제한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고객평가단으로 선발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도 고객평가단이 구입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고객평가단’은 가전업체들의 단순한 할인판매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전자랜드21과 하이마트 등 가전전문 양판점의 경우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고객평가단 모집 때마다 소비자들로부터 참가신청을 받고 있으나 인원수 제한으로 인해 판매를 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랜드21의 한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모두 고객평가단을 모집할 때에는 선착순 1000명 또는 3000명 식으로 밝히고는 있지만 사실상 이 수는 큰 의미가 없다”며 “소비자들이 찾아와 강력히 요청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고객평가단과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하이마트의 한 관계자도 “일부 품목의 경우 제조업체 선에서 출고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수량을 조절하는 때도 있지만 유통업체에서 추가배정을 요구하면 대부분 들어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YMCA 시민중계실의 함동균씨는 “제조업체들이 고객평가단을 모집하면서 마치 큰 특혜를 주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라며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 관계자는 “테스트마켓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할인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고객평가단의 규모도 잘 지켜지고 있고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할인판매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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