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CEO들 `보고 또 보고`

반도체 장비업체 CEO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모이고 있다. 하루는 천안에서 하루는 서울에서, 더러는 미국까지 함께 몰려갈 기세다.

 지금까지 오로지 회사의 발전만 생각하던 이들이 뭉치는 까닭은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 시장 파이(pie)를 키우면 결국 회사도 덩달아 커진다며 ‘열 사람의 한걸음’을 강조하고 있다.

 모임이 잦아지면서 CEO들 사이에는 일종의 ‘동지애’까지 싹트고 있다. 이 때문에 IMF 이후 완전히 중단된 지역별 친목모임도 재개될 조짐이다.

 ◇보고 또 보고=김중조 성원에드워드 사장, 임종현 한국디엔에스 사장, 최명배 디아이 사장 등은 이번주 세번이나 만난다. 월요일은 나노종합팹 산학관 간담회로 천안에서, 화요일은 부분품 국산화추진위원회 회의로 서울에서 만났고, 주말에는 미국으로 향해 ‘세미콘 웨스트’에서 조우할 예정이다.

 이들 뿐 아니다. 고석태 케이씨텍 사장, 김주헌 신성이엔지 사장 등 10여명의 사장들도 반도체 R&D센터 설립,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공장 증설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만나고 있다.

 ◇‘감투’만 3개=CEO들의 만남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낳고 있다. 부분품 국산화추진위원회·판교 R&D연구센터 준비위원회·나노종합팹 추진모임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생소한 조직이 속속 결성되고 있는 것.

 사정이 이쯤되자 2, 3개 모임을 이끄는 왕성한 ‘활동가’도 탄생하고 있다. 한국반도체협회 및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이사회 멤버로 활동중인 김중조 사장은 최근 부분품 국산화추진위원장을 맡으며 ‘3관왕’이 됐다. 협성회 장비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명배 사장도 판교 R&D센터설립 준비위원장이라는 명함을 추가했고, 반도체협회 이사인 임종현 사장은 지난 7일 청도회(충남지역 반도체장비업체 친목회)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외도 아닌 외도=CEO들의 ‘외도’가 잦아지면서 직원들이 말리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산업발전도 좋지만 이러다간 자칫 회사경영이 부실화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CEO들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실익이 없어도 산업발전이 회사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넘쳐나고 있다.

 김중조 사장은 “‘사장님 요즘 도대체 왜 그리 바쁘세요’하며 우려하는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다”면서도 “그때마다 나무보다 숲을 보자는 각오를 다시 다진다”고 토로했다.

 임종현 사장·최명배 사장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최근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긴 겨울잠에서 깬 기분이라고 전했다.

 김창제 반도체협회 이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극심한 불황에 무기력증과 우울증까지 호소하던 CEO들이 올들어 완전히 달라졌다”며 “CEO들이 산업발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더이상 움츠러들 수만 없다는 일종의 몸부림이다. 장비업체 CEO들이 뭉치면서 업계에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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