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퓨쳐시스템 대표이사 ktkim@future.co.kr
인터넷의 발전과 비례해서 여러가지 부정적인 현상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비대면 문화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위축과 표준언어체계의 급속한 와해, 음란물의 무제한적 유포를 통한 상식적 성문화의 붕괴 위기감, 실제 전쟁과 동시에 벌어지는 사이버전쟁 등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더 심각하게는 익명성을 무기로 한 사이버폭력이나 스토킹과 같은 개인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개인 프라이버시의 노출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사례에도 주목해야 한다. 진보적인 단체들은 기업·지역·국가·세계 등 커뮤니티 단위마다 공룡같은 빅 브러더의 출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이 실현하고자 하는 기본정신과 그에 따른 사회의 근원적 추동방향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유와 참여의 정신이 아니던가. 모든 사람들의 정보접근성과 자발적 참여를 높여 더욱 보편적인 민주적 사회를 실현하자는 모토가 이러한 정신의 토대를 이룬다.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을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사회경제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발전에 대한 희구도 그 이면에 배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의 기본정신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선한 취지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다. 현실은 어떠한가. 악의적 의도로 개인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이러한 방해요소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정보공유를 추구하고 또 인터넷을 통해 더욱 진일보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불신하고 반목하고 있다.
공유와 효율성이라는 공통지향점과 개인 고유영역의 보호라는 또 다른 차원의 가치는 일정부분 상호 대치되는 양상을 보인다. 공유를 하려고 하면 가능한 모든 정보가 자유롭고 무제한적으로 전달, 배포되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특정 개인 또는 집단과 관련된 정보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 신상정보도 자유로이 유통되어야 한다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정신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정신이 강조될수록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지혜로 이러한 난제를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정보사회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그동안 누적된 서로간의 불신을 최소화하는 환경이 먼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뢰 위에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한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보공유의 적절한 수준에 대한 합의, 반사회적 사이버범죄를 줄일 수 있는 문화대안 창출과 확산, 법적, 행정적, 물리적인 정보보호체계의 조속한 확립, 효율성 제고 노력에 대한 이해와 협의의 지속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 공유, 효율성, 개인정보 보호는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인터넷 시대의 명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개별주체와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적절한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 정보보호 지상주의는 사회 전반의 효율화를 방해해 인터넷이 인도하는 정보사회의 도래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하는 정보화는 개인의 존엄성을 해치는 불행을 야기할 수도 있다.
네티즌은 상식과 양심에 따라 개별정보의 보호내지 공유 여부를 판단하고 그 판단을 자율적으로 지키는 21세기형 온라인 시민의식을 배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네티즌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잣대로 처벌되거나 배척되어야 마땅하다. 기업형 경제활동 주체와 정부는 가능한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도록 정보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고객·직원 또는 시민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서는 적절한 기준에 따라 수집·관리함은 물론 철저한 보안대책을 세우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상호 불신으로 인해 쉽게 빠질 수 있는 빅 브러더형 통제에 대한 달콤한 유혹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인터넷의 양면적 가치를 가장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인터넷 문화와 시스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불신은 인터넷시대의 공공의 적이며 공유를 통한 공감의 확산이야말로 참다운 인터넷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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