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국들은 스팸메일 폭증이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등 경제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데 동감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유럽 및 한국에서 잇따라 스팸워크숍을 개최하고 ‘스팸가이드라인’을 제정키로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심각성에 공동대응하기 위함입니다.”
OECD 정보통신정책국에 파견돼 스팸담당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안성일 정통부 서기관(35)은 지난 1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주최 ‘스팸규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발표차 잠시 귀국했다.
지난 2월 OECD 정보통신정책국에 파견된 그는 OECD의 이번 조치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제대로만 된다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파견 전까지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정보이용보호과에서 스팸규제 관련정책을 담당했다.
그가 이날 e메일 필터링 전문회사인 ‘메시지랩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도 있듯 이미 스팸메일은 지난 5월 전세계 메일수신량의 55%를 넘어섰다. 정상 메일보다 스팸이 많은 셈이다. 이는 인터넷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경제적 피해도 엄청난 실정이다.
“현재와 같은 스팸증가세는 세계적으로 100억유로 가량의 경제적 손실과 미국 내 기업에 매년 89억달러의 손실을 입힌다고 합니다. 직원 5000명 규모의 기업은 월 3만2771파운드(약 6600만원)의 손실을 본다는 추정자료도 있어요. 한마디로 가만히 있어선 안된단 얘기죠.”
OECD는 한국과 일본 및 EU국 다수를 포함한 선진 30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경제개발기구다. 내년에 만들어질 스팸가이드라인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OECD가 스팸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 배경에는 안 서기관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OECD 정보통신정책(ICCP) 위원회에서 향후 스팸대응 현황에 대해 연구키로 결정한 것이나 지난달 열린 정보통신서비스정책(TISP) 분과위원회에 OECD 스팸대응 현황 보고서 초안이 제출된 데도 그의 노력이 적잖이 작용했다.
“사실 OECD는 회원국 모두 스팸의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었지만 공동대응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습니다. 너무 거대한 조직인 데다 다뤄야 할 현안도 산더미였던 거죠. 이제라도 나서게 된 것이 다행입니다. 스팸이 더이상 국제간 공동대응 없이는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책입안자들에게 주지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는 내년 워크숍이 현재 많은 국가에서 추진 중인 ‘옵트인(Opt-in)’ 방식의 스팸규제 입법활동에도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OECD 30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옵트인 방식의 스팸규제법안을 제정했고 추가로 11개국이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요즘 국내에서는 스팸규제방식을 옵트인으로 하냐 옵트아웃으로 하냐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위반자에 대한 수사나 실질적인 행정조치가 얼마나 제대로 수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언제나 제도보다 운영이 중요하니까요.”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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