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이 e비즈니스 첨병격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신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업체들에 따르면 ERP 시스템의 미개척지였던 조선업계에 최근 잇따른 ERP 구축 작업 및 컨설팅 작업이 진행되면서 조선 정보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조선업종은 반도체·철강 등과 함께 세계시장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선도업종이지만 선주의 요구에 따라 선박을 설계·생산하는 주문생산체계(engineering to order)의 특성 탓에 ERP를 도입한 전례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에 이어 중국이 새로운 경쟁상대로 부상한 데다 조선산업에 대한 인력기피 및 노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프로세스혁신(PI)을 통한 경쟁력 제고방안으로 ERP를 비롯한 각종 정보화 시스템 도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 빅3의 이같은 행보는 올들어 업황호전과 맞물리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향후 한진중공업·삼호중공업 등 후위업체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각사가 이미 가동중인 구매 및 협업 시스템과 연계될 경우 5만여개에 달하는 1·2차 협력업체 정보화에 새로운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먼저 ERP의 돛을 올린 대우조선해양(대표 정성립 http://www.dsme.co.kr)은 내년 7월 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ERP·공급망관리(SCM)·인적자원관리(HRM)·기업전략관리(SEM)·제품라이프사이클관리(PLM) 등을 포함한 e비즈니스 시스템 구축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 4월부터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와 함께 SAP R/3를 적용하고 있는 대우조선은 약 300억원을 투입해 1만명의 현장기술인력, 3500여명의 설계·연구 및 관리직 사원간 정보공유체계를 수립해 세계 1위 조선업체를 겨냥한 ‘글로벌 톱 2010’ 전략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선두인 현대중공업(대표 최길선 http://www.hhi.co.kr)은 그동안의 관망세에서 벗어나 지난 5월부터 ERP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6시그마운동의 일환으로 업무혁신 작업을 본격화한 현대중공업은 컨설팅업체인 베어링포인트와 프로세스 진단에 나서 이달중 재무 부문의 ERP 도입을 확정할 예정이며 적용분야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캐드시스템, 제품개발관리(PDM) 시스템 구축작업을 병행해 6시그마운동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대표 김징완 http://www.shi.samsung.co.kr)도 현재 진행중인 삼성그룹 관계사의 ERP 도입사례 분석작업을 통해 ERP 도입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측은 그룹사의 사례분석이 끝나는 대로 타당성 검토작업을 거쳐 전체 패키지를 도입할지 일부 모듈을 적용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추가로 개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 한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대우조선해양의 ERP 도입은 조선업종의 특성에 최적화된 시스템 구현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프로세스 표준화와 통합을 구현해 투자대비효과(ROI)를 낼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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