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씨앤드아이(이하 다산)가 지난달 최종부도 처리된 이후 청산절차를 밟으면서 경쟁업체들이 ‘반사이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반도체 및 TFT LCD 제조용 자동온도조절장비(칠러)를 주로 생산한 이 회사가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LG필립스LCD 등에 공급한 물량이 줄잡아 1000대를 웃돌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15∼20% 가량된다.
이에 따라 에프에스티·유니셈·라셈텍 등 칠러 개발업체들은 다산이 공급해온 물량 확보를 위해 소자업체 구매 담당자를 만나는가 하면 다산 핵심 연구개발인력 유치를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칠러의 경우 5년 주기로 신제품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인 데다 지속적인 부품 교체가 필요해 소자업체들도 다산 물량에 대한 유지 및 보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 등 소자업체들은 최근 에프에스티·유니셈 등에 다산 물량의 유지·보수를 맡아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러 업체들로서는 일단 유지·보수를 맡으면 향후 신제품 교체시 자사의 제품을 납품할 개연성이 큰 만큼 이런 제안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특히 다산이 공급한 칠러의 유지·보수를 위해 다산의 핵심 연구개발인력을 흡수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이다. 노조가 주축이 돼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다산은 지난 25일 일부 실무자만 남고 대부분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 이같은 움직임은 다음달 초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다산의 칠러 물량을 넘겨받더라도 기존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에 매달려야 하고 이는 매출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명식 에프에스티 사장은 “유지·보수에 따른 매출은 신제품 공급가에 5∼10%에 지나지 않아 실질적인 반사이익은 신제품 발주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발생할 전망”이라며 “다산이 지난해부터 어려워지면서 이미 핵심인력이 많이 빠져나간 데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좋은데 사람을 뽑는 문제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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