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디지털 기술의 명암

◆원철린 IT산업부장 crwon@etnews.co.kr

 

 디지털 기술이 진전되면 될수록 편의성 증대와 맞물려 어두운 그림자도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상업화한 아바타의 이용요금이 과다하게 나와 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자, 한 초등학생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유포되면서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과 휴대폰에서는 스팸메일이 넘쳐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오가는 e메일의 양은 약 12억통으로 이 중 스팸메일이 8억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조사에서도 한사람이 하루에 받는 스팸메일은 2001년 5통, 2002년 35통, 2003년 40통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스팸메일 가운데 음란물·무단복제물 등 불법 콘텐츠 광고가 90%를 넘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유선사업자 KT의 경우 코넷메일서버로 하루 1300만통 이상의 메일이 오가는 데 이 중 스팸으로 분류돼 삭제되는 메일이 약 1100만통에 이른다. 디지털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일상화되면서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카메라폰이 문제가 되자 정보통신부는 카메라폰 사진촬영시 빛을 발산하거나 신호음을 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휴대폰의 스팸메일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 전용 휴대폰을 개발, 스팸메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일변도는 디지털기술의 진전에 따라 생기는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일 수 없다. 일시적인 충격요법으로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디지털기술의 진전을 가로막고 오히려 성장하는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이러한 규제일변도의 대책을 시행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 예로 매체에 대한 윤리규제기구만 해도 그렇다. 매체별로 윤리기구가 분산돼 운영되고 있다. 영화·비디오·게임 등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은 방송위원회 등에서 각각 매체내용물에 대한 심의를 전담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기술발달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책이 나오기보다는 그때 그때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내놓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또한 매체에 대한 학교 교육도 뜻있는 일부 교사 중심으로 이뤄질 뿐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버나드 쇼는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기술의 진전에 따라 편의성과 개인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고만 할 뿐 이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려 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디지털기술의 진전에 따른 편의성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일시적인 충격요법으로 규제일변도의 대응책을 내놓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행정부 조직개편을 논의하면서 흩어져 있는 윤리기구의 통합과 함께 심의 자체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교육에서 체계적인 매체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뒷바침해야 하는 한편 법적인 정비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