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콘텐츠 전자상거래 부가세 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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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이 7월 1일부터 전자상거래로 거래되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징수를 강행한다. 국제적으로 전자상거래 조세분야에 대한 분명한 규정은 미비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과 EU 신경전을 보면 이 분야가 향후 국가별로 상당한 이해관계 대립을 낳은 것이 분명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디지털콘텐츠 무역은 전체 500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이 규모는 디지털산업 및 경제 확산과 더불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이는 국가 조세권에 관계되는 것인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한 빠른 입장정리가, 업계는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디지털콘텐츠 무역 규모=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온라인수출입확인서 발급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애니메이션 등 디지털콘텐츠 수출규모는 2961만8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같은 기간 전체 수출규모인 1624억7100만달러와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규모지만 디지털콘텐츠 수출규모는 지난 2001년 1144만6000달러, 올해 상반기만도 1804만8000달러(추정)를 기록하는 등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수치는 신고된 것(신고의무 없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부가가치세 부과를 결정한 EU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규모는 2001년 291만4000달러, 2002년 475만7000달러, 올 상반기 132만7000달러(추정)로 그 액수는 미미하다.

◇EU 부가가치세 부과에 따른 영향=7월 1일 시행되는 EU의 부가가치세 부과는 교류 규모와 EU측의 유연한 입장을 감안할 때 우리 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제는 액수는 미미하지만 이 자체가 국가 조세권에 관계된다는 사실이다. KAIST 전자정부연구센터 황보열 교수는 “정보통신 강국인 우리나라가 사이버공간에서의 주권인 조세권할권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디지털콘텐츠 거래액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국세청이 받아야 할 부가가치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업계 및 기관 대응현황=EU시장에 디지털콘텐츠를 수출하는 업체는 아직 20개사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수출실적을 신고한 업체 가운데 비교적 수출물량이 큰 주요업체를 확인한 결과 EU의 디지털콘텐츠 부가가치세 부과에 대한 대응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7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KOTRA 등 지식서비스 수출 지원을 표방하며 새로운 조직을 만든 기관들조차 이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갖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 방침=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 장재형 서기관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또는 내년에 있을 부가세법 개정시 유럽과 주요 선진국의 움직임을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경부측은 아직 이에 대한 어떤 입장정리도 안된 상태다. 산업정책부서인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일단 전자상거래 조세 문제가 산업 및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필요하면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입장이 잘 반영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과제=최대한 빨리 우리나라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입장을 고려할 때 부가가치세가 없는 미국방식보다는 부가가치세가 있는 EU 방식을 토대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EU가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상 EU시장으로부터 디지털콘텐츠를 수입하는 업체들이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조세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딜레마는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추진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디지털콘텐츠 무역에 과세를 표방할 경우 관련산업의 위축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세계 추세를 감안한 효율적이고 공정한 전자상거래 관련 세제정책을 산·관·학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해야 할 때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