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금융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카드채문제가 하반기에도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 문제와 맞물려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하반기부터는 카드, 투신, 보험 등 제 2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천명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30일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 합병되는 것으로 결정됐고 강화된 적기 시정 조치 기준이 6월 말 경영 실적 통계에 적용되면 일부 카드사는 퇴출 위기까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카드사들은 상반기 자본확충과 자구노력이 계획대로 이뤄진만큼 금융권이 7월 이후 만기도래 카드채를 연장해주면 카드사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은행과 투신, 생명보험사 등을 상대로 연장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지난 5월말 현재 전체 신용카드 채권액은 82조4000억원. 이 가운데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21조7000억원이다.
하반기 카드채 만기연장 여부는 결국 신용카드 총채권액의 54%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권(25조5000억원, 30.9%)과 투신권(18조원, 21.9%)의 결정에 따라 그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의 채권액은 7조3000억원으로 8.92% 수준이다. 이 가운데 투신권의 경우 SK글로벌 분식파문으로 불거진 펀드 환매사태로 여력이 없는 상태여서 카드채 만기연장 여부는 은행권에 의해 최종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민은행·우리은행·농협중앙회 등 시중은행들은 내달부터 카드사별로 채권은행들과의 자율적 협의를 거쳐 카드채 만기연장 등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개별 카드사의 주거래은행이 사실상의 주간사 역할을 맡아 다른 주요 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유동성 지원문제에 공동보조를 취하게돼 상반기와 같은 급박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규로 발행하는 카드사의 채권도 발행이 순조로워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삼성카드 후순위 전환사채(CB) 공모에는 총발행액 8000억원의 3배나 되는 2조4000억원의 자금이 몰렸으며 LG카드도 지난 18∼19일 구 주주들을 대상으로 39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99.37%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마쳤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상반기 자본확충계획이 차질없이 끝났기 때문에 카드업계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희석될 것”이라며 “카드사들의 자구노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7∼8월 카드채 대란설’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 금융회사나 투자펀드가 국내 카드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새로운 판짜기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이 최근 국내 카드사의 경영권 인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론스타·뉴브리지캐피털·씨티·HSBC 등이 또다른 카드사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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