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절벽에 선 `절대고독`

 #동해바다를 굽어보는 청간정, 의상대

 

 설악산 미시령고개를 넘어서자마자 짙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빗줄기가 강해진다. 급커브와 경사가 심한 미시령고개를 구름과 함께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니 빗줄기는 오히려 조금 가늘어진다.

 이번 여행길엔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7번 국도 변에 자리잡은 작은 정자들을 돌아본다. 미시령을 넘어온 56번 지방도가 동해안 7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청간정을 들르고 그 다음은 속초를 지나 의상대에 이르는 코스다. 청간정과 의상대까지는 자동차로 불과 30여분 정도. 짧은 구간이지만 탁 트인 바다전경과 함께 동해안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속초 대포항을 지날 수 있어 여름 휴가철이면 가장 복잡한 피서지 중 하나다.

 피서철에 앞서 다녀간 청간정은 너무나 조용하고 편안하다.

 청간정에 오르면 동해가 시원스럽게 펼쳐 보인다. 맑게 개인 날이라면 보다 먼바다를 조망할 수 있지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윽한 바다를 볼 수 있다. 흐린 날 나름의 운치가 있는 셈이다.

 청간정은 언제, 누구에 의해 지어졌는지 기록이 없다. 다만 조선 중종 15년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어 그 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청간정에서 빼놓지 않고 챙겨보아야 할 것은 현판이다. 정면에 서면 청간정이란 현판이 뚜렷하게 보이고 목조계단을 따라 오르면 2층에 또 하나의 현판이 있는데 원래 현판은 조선조 현종 때 우암 송시열이 좌상으로 있을 때 친필로 썼다고 한다. 2층에 놓여 있는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쓴 것. 그리고 그와 마주보고 걸려 있는 시판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친필을 볼 수 있다는 곳으로 유명하다.

 청간정에서 차를 돌려 속초를 향해 달리자 빗줄기는 더욱 강해져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내친김에 도로 가에 차를 세우고 비를 맞았다. 장쾌한 빗줄기, 소나기성 장마비는 너무나 장쾌하다. 하지만 빗줄기사이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게 하는 우수에 젖게 하는 장대비라 기분이 좋다.

 속초를 지나 약 30분, 낙산사라는 이정표를 따라 낙산도립공원에 오르니 그나마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졌다. 몇몇 젊은이들은 아예 비를 맞으면 걷는데 오히려 시원해 보인다.

 낙산사는 예로부터 의상대, 홍련암 등 유서 깊은 정자, 암자를 품고 있는 명찰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동해안을 대표하는 일출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의상대는 절벽 위에 지어진 운치 있는 정자로서 아름다운 멋과 풍류를 전해주고 있는 명소다. 원래 의상대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짓기 위해 기도를 드렸던 곳으로 작은 절이 있었다. 하지만 후에 불타 버리고 1925년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스님이 8각 모양의 지붕으로 다시 지었다. 그 후 1975년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운 건물이 오늘의 의상대다.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청간정에서 보았던 것과는 자못 다르다. 설악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동해가 만나는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는 청간정에서 보면 바다로 흘러드는 청간천 주변의 모래톱과 해변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탁 트인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 그리고 높은 절벽이 주는 공간감이 돋보인다. 의상대에서 절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홍련암에 이를 수 있다. 홍련암으로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면 소나무가 울창한 절벽위로 홀연이 들어앉은 의상대를 올려다 볼 수 있다. 바다로 툭 튀어나온 절벽과 함께 비를 맞고 서 있는 자태가 너무나 아름답다. 홍련암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절벽을 향해 7일 기도를 올렸는데 관음보살이 바다에서 붉은 연꽃을 타고 솟아오른 자리 옆에 절을 지어 홍련암이라 했다.

 <글·사진=전기환 travy@travelchannel.co.kr>

 ▲교통―강원도 인제에서 미시령을 넘는 56번 지방도를 따라 가다 동해안 7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 청간정이 있고 청간정에서 남쪽 방향으로 속초를 지나 약 20여분 달리면 낙산도립공원내에 의상대가 위치한다.

 ▲숙소―청간정 근처에는 마땅한 음식점과 숙박 시설이 없어 굳이 하루를 묵으려면 속초시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행이 많은 경우에는 청간정에서 미시령방향으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하는 동루골 황토집이 좋다. 최근에 지어진 펜션으로 황토방이 주는 정겨움이 좋다. 금강산 신선봉에서 흘러오는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주인 김유영씨가 변비에 좋은 삼백초를 기르고 있어 구입할 수도 있다. (033)631-9879

 ▲먹거리―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속초 대포항에 이르면 다양한 횟감을 만날 수 있다. 당일 아침에 잡아온 신선한 횟감이 풍부한 곳으로 대포항 활어난전은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형성되었다. 관광어항으로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혼잡을 이루기도 하지만 그 정취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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