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6000만원이라는 권리금을 내고 이곳에 왔는데 이제 권리금은 없어졌다고 봐야죠...”
청계천 세운전자상가 1층, 청계고가가 바로 보이는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신일상사 허명수 사장(45)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다음달 1일 청계천 복원사업 개시를 앞두고 서울시는 축제 분위기 조성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운상가 상인은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
지난 19일 점심 때가 막 지난 시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은 점심배달을 마치고 식기를 수거하는 상가주변 식당 아주머니와 배달하는 청년뿐이다. 종로와 청계로를 잇는 1층 노상 주차장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세워둔 채 잡담을 나누는 지게꾼의 모습이 세운상가의 현주소를 한눈에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엔 별일 없어 보이는, 그저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에 대해 물을 땐 거침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안됐죠. 부근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집회와 시위가 열려 교통혼잡으로 피해를 봤는데 이제 고가까지 철거되니 죽을 맛입니다.”
세운상가 3층의 한 부품판매 상인의 말이다. 이곳에서 10년간 선풍기와 밥솥 등 소형가전을 판매해온 한 상인은 “단골손님이 꾸준히 찾아줘 매장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가전·PC 등 소비자 품목은 1층 대로변으로 내려갔거나 용산 등 다른 지역으로 빠졌고 반도체·전자부품 상가로 채워져 있는 3층 이상 상가도 조용했다.
이 곳 상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그냥 놔둬도 힘든데 왜 고가철거로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종로 3가 방면의 세운상가 북문 입구에는 ‘종묘공원 앞 집회와 시위를 반대합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복원공사가 아니라도 이미 세운상가는 알게 모르게 많은 영업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고가철거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청계고가로 주변의 한 상인은 “다음달 1일 공사개시는 반드시 연기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곳에는 주로 공구상가와 조명상가·포장재 업체가 집중돼 있다. 조명상가의 상인들도 “뭔가 준비할 시간을 줘야할 것 아닙니까. 매장을 철수하든지 아니면 넘기고 나가든지... 무턱대고 공사기일을 못박고 강행하려하니 불만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라며 “서울시장이 한번이라도 상가를 방문해 고충을 듣고 대책마련에 나서겠다는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세운상가 상인들은 대체적으로 상권부지 확보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IT산업 단지로의 비전도 미래의 일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 즉, ‘공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다음달 1일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 개시를 앞둔 청계천 세운전자상가 일대는 요즘 고가도로 철거 반대시위 등으로 상인들의 마음은 더욱 어수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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