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장비 사업에 왜 뛰어드나

삼성전자가 웨이퍼 가공에 소요되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개발해 사업화를 추진, 기존 반도체 장비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본지 6월 20일자 1면 참조

 연간 설비투자 부문의 수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미세공정 기술수준에서도 첨단을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가시화되자 해외 반도체 장비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장비 수주감소, 납품가 인하요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나 도쿄일렉트론 등 세계 장비업계 수위 업체들은 그간 공정개선을 위한 삼성전자와의 공동연구가 자칫 호랑이를 키우는 격이 되지 않았나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해 상용화 준비에 착수한 고밀도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HDP CVD) 장비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최초의 전공정 핵심장비고 일회성이 아닌 전략 프로젝트라는 점이 이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반도체 장비 개발 왜 하나=사상 최대의 반도체 호황기였던 지난 2000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매출은 108억달러 수준. 이에 반해 그해 반도체 장비 한 품목으로만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가 올린 매출은 100억달러다. 반도체 제조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거의 매년 수십억달러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데 비해 반도체 장비사업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소자업체들은 장비업체를 부러움과 질투의 눈으로 바라봐왔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의 국산화가 더뎌 장비개발에 필요한 내공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10년내에 반도체 공장의 중국이전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업체는 공장 중국이전 후에도 장비·소요부품·재료 등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꾸준한 이익창출이 가능한 반면 삼성전자가 챙길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 특히 300㎜ 드라이 에처(dry etcher) 한 아이템만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삼성전자 또는 장비 계열사가 얻는 매출 효과는 연간 최소 400억원에 달해 다소 위험부담이 따르더라도 결코 시장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누가 주도하나=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 장비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메카트로닉스센터다. 메카트로닉센터는 궁극적으로 과거 삼성테크윈을 통해 개발하려다 실패했던 리소그래피를 제외한 모든 장비를 자체 국산화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 9월 반도체 장비 개발 및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구조조정본부 실무자, 삼성전자 반도체 임원 및 실무부장, 메카트로닉스센터 및 종합기술연구원 임원들이 모여 어떤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차례 심도있게 논의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반도체 장비사업이 경영에 미치게 될 영향력 분석은 물론 장비업체 M&A 가능성, 한국디엔에스 및 세크론(옛 한국도와)의 기술적 육성방안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논의됐다. 이후 메카트로닉스센터는 센터설립 사상 최초로 반도체 팹(fab) 프로세스 경력자를 모집했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반도체 장비 개발경험이 있거나 관련 지식을 보유한 30여명의 전문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향후 행보는=이번 CVD 개발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플라즈마 소스가 이용되는 다양한 장비를 국산화할 수 있게 됐다. 우선 하반기 완성 목표로 추진중인 300㎜ 드라이 에처 역시 장비 국산화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플라스마 소스 자체개발로 상용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메카트로닉센터는 과거 한국디엔에스가 개발해온 300㎜ 드라이 에처를 인수, 완성도를 높여 상용화에 손색이 없는 장비로 발전시키는 한편 이를 어떤 방식으로 사업화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200㎜용으로 개발한 HDP CVD를 300㎜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과 플라즈마 소스를 활용하는 PE(Plasma Enhanced) CVD 등을 추가로 개발해 사업 아이템을 다양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삼성테크윈을 통해 상용화하려다 실패한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이 높아 사업화하기 부적합한 노광장비(리소그래피)를 제외하고 화학기계적연마(CMP)·급속열처리(RTP) 등의 기초장비를 비롯해 증착·식각 등에 관련된 모든 장비의 개발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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