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기업 생태계 `흔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의 생태환경이 무너지고 있다.

 2000년초 전세계적인 바이오 붐을 타고 활발한 투자를 벌였던 벤처캐피털이 올들어 바이오 부문을 대폭 축소, 가뜩이나 어려운 바이오벤처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또 앞다퉈 바이오투자 계획을 밝혔던 대기업들이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은 물론 국내 벤처가 아닌 해외 벤처에만 투자,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대기술투자와 녹십자벤처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무한기술투자 등 10개가 넘는 벤처캐피털이 바이오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으며 재투자도 1∼2개사에 머무르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투자실적이 미진하자 캐피털은 바이오심사팀을 다른 팀에 통합시키거나 팀을 해체하는 등 손실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3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한 현대기술투자와 미래에셋벤처투자는 3명이던 심사역 중 2명이 자리를 떠나 1명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 전문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녹십자벤처투자는 최근 벤처캐피털 면허를 자진 반납하고 투자업무를 중단했다.

 한 심사역은 “내년 중반쯤 되면 과기부 등 정부 지원하에 조직했던 펀드 등의 만기가 도래한다”며 “이들 펀드의 수익률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벤처캐피털들의 바이오분야 축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를 비롯해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 지원사업을 중단한 것도 바이오업계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SK는 국내 벤처들과 함께 추진한 GOM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했으며 미국 연구 및 투자팀을 철수했다. 너도나도 바이오투자를 밝혔던 삼성계열사들도 이렇다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한 바이오벤처기업의 사장은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바이오투자회사를 설립한 포스코를 비롯해 대기업들이 국내 벤처기업보다는 해외 바이오벤처 투자만 고려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바이오벤처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많은 기업이 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 대기업은 기술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해외 벤처에 투자하는 등 국내 벤처와 해외 벤처에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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